서울대교구가 12일 교황청 시성부로부터 바르톨로메오 브뤼기에르 소(蘇) 주교 시복 추진에 대해 ‘장애 없음’(Nihil Obstat)을 승인받았다. 한국 교회는 브뤼기에르 주교를 공식적으로 ‘하느님의 종’으로 칭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서울대교구가 추진하는 초대 조선대목구장 브뤼기에르 주교(1792~1835) 시복 추진이 본격화됐다. ‘장애 없음’은 교황청 시성부에 시복 안건 추진에 대해 장애 여부를 묻는 절차로, 교황청 시성부가 12일자로 보내온 ‘장애 없음’ 답서에 따라, 서울대교구는 브뤼기에르 주교 시복을 향해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서울대교구는 곧장 브뤼기에르 주교의 교구 시복 재판(교황청 본 심사에 앞선 예비 심사)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교구는 앞으로 역사와 고문서 전문가 위원회인 역사위원회를 중심으로 브뤼기에르 주교의 ‘영웅적 덕행’과 ‘성덕의 명성’을 입증하는 증거 수집에 집중하게 된다. 서적 검열 신학자들은 브뤼기에르 주교의 모든 저작물에 대해 신앙과 건전한 윤리에 어긋나는 내용이 없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병행하게 된다. 또 성덕의 명성과 지속성에 대해 법정에서 증언할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의 명단도 확정한다.
교구 시복 재판(예비 심사)을 위한 모든 준비 작업이 끝나면, 법정을 개정해 증인 심문 절차 형식으로 브뤼기에르 주교의 생애와 영웅적 덕행, 성덕의 명성, 전구 능력의 명성에 대한 모든 문서 증거와 증인 증언을 다시금 모은다. 이 과정이 모두 끝나면 재판 기록 문서를 종합해 교황청 시성부로 보내게 된다.
시성부는 자료 심사 후 복자로 추천할 만하다고 판단하면 교황에게 보고하게 되며, 교황은 대상자를 시복 후보자에게 붙이는 존칭인 ‘가경자’로 선포한다. 이어 시성부는 가경자의 생애와 덕행, 평판, 직무, 저술 등을 오랜 기간 조사한다. 기적 사례가 입증되면 복자로 추대되며, 시복 후 복자에 대한 기적이 공식 확인되면 시복 과정과 비슷한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성인으로 추대된다.
교구는 시복 재판과 함께 본격적으로 현양 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교구 시복시성위원회는 교구 내 현양 및 홍보와 관련된 모든 공식 부서와 기구들이 포함된 산하 현양위원회와 홍보위원회를 중심으로 브뤼기에르 주교 현양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지속 전개할 예정이다. 또 2024년 한 해 동안 브뤼기에르 주교의 시복 재판을 위한 증거를 수집한 뒤 2025년 상반기 시복 재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교구는 김수환 추기경 시복 안건에 대해서도 교황청 시성부에 ‘장애 없음’(Nihil obstat)을 신청할 예정이다. 주교회의는 최근 추계 정기총회에서 서울대교구 제11대 교구장인 김수환 추기경의 시복을 서울대교구에서 추진하는 것에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이는 올해 3월 제11차 서울대교구 시복시성위원회를 통해 김수환 추기경의 시복 추진을 밝힌 후 ‘시복시성 안건의 적절함에 대해 지역 주교회의에 자문을 구하여야 한다’는 시복시성 절차법에 따라 추계 정기총회 안건으로 상정한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