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가 12일 교황청 시성부로부터 바르톨로메오 브뤼기에르 소(蘇) 주교(1792~1835)의 시복 추진에 대해 ‘장애 없음’(Nihil Obstat)을 승인받았다. 한국 교회는 초대 조선대목구장 브뤼기에르 주교를 ‘하느님의 종’으로 부르게 됐다. 이제 그의 덕행과 명성을 더 깊이 공부하고, 현양 운동에 동참해야 할 때다.
브뤼기에르 주교는 서울대교구 역사의 시작을 쓴 성직자다. 박해로 고통받던 조선 신자들은 주문모 신부 순교 후 교황청에 성직자 파견을 요청했고, 교황청은 1831년 조선대목구를 설정, 브뤼기에르 주교를 초대 조선대목구장에 임명했다. 브뤼기에르 주교는 선교 활동이 금지됐던 중국을 끝내 넘지 못하고 마가자 교우촌에서 선종했지만, 조선 선교에 대한 열망은 누구보다 컸고, 조선 신자들을 사랑했다.
브뤼기에르 주교는 조선 교회를 중국 북경에 속한 신앙 공동체가 아닌, 보편 교회의 지역 교회로 독립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선교사다. 1831년 스스로 장도에 오른 그는 불볕 더위와 극심한 추위를 견디며 드넓은 중국 대륙을 횡단했다.
그의 조선 교회 사랑은 서한에도 드러난다. “조선 왕국에 도착하면 그곳에서 우리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온 삶을 바칠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위로를 위하여 성사를 거행하고 성교회의 경계를 넓혀 나갈 조선인들을 사제로 서품할 것입니다.”(1832년 11월 18일 서한 중)
우리 차례다. 그의 중국에서의 행적은 상당수 정확한 주소조차 찾기 어렵다. 조선 신자들을 만나진 못했지만, 그가 동쪽 먼 나라로 향했던 사랑의 나침반은 지금도 하늘나라에서 고정돼 있을 것이다. 그 사랑에 답할 때다. 우리는 이 땅의 교회 역사를 쓴 그의 신앙 후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