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안에서 가톨릭학교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구현해 온 ‘가톨릭학교교육포럼’이 창립 20주년을 맞아 새로 제기된 과제들을 고찰하며 정체성을 다시금 되새겼다.
주교회의 교육위원회(위원장 문창우 주교)는 21일 살레시오회 관구관에서 ‘가톨릭학교교육의 정체성을 찾아서가톨릭 교육 이념에서 조망’을 주제로 가톨릭학교교육포럼 창립 20주년 기념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세계적인 영성 연구의 권위자인 토마스 그룸(보스턴칼리지) 교수는 기조 강연에서 “가톨릭 교육은 철학보다는 영성에 기반하고 있고, 가톨릭 교육의 토대는 영성적”이라며 “가톨릭 교육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영성적 가치들을 드러내고 증진한다”고 강조했다.
「생명을 위한 교육」의 저자이기도 한 그룸 교수는 신학자이자, 종교교육학자로 종교 분야에서 손꼽히는 석학으로, 최근 「무엇이 교육을 가톨릭적으로 만드는가?」란 책을 출판했다. 부제는 ‘영성적 토대들’. 그는 “이 책의 제목은 질문이고, 부제는 대답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가톨릭 교육에 있어 영성의 가치를 거듭 피력했다.
그룸 교수는 “가톨릭 교육의 역사에서 성직자, 수도자들이 가톨릭 학교를 운영해왔지만, 현재는 교직원 중에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1도 되지 않고, 학생들도 대체로 다른 신앙을 갖거나 신앙이 없는 이들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실에서 가톨릭 교육만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하는 질문이 따른다.
그룸 교수는 “가톨릭 지적 전통에는 가톨릭 교육을 위한 풍부한 자산들이 있다”며 그 첫 번째 토대를 예수 그리스도라고 제안했다. 이어 “그리스도는 우리 신앙의 중심이기에 또한 가톨릭 교육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톨릭 교육의 토대로서 예수를 시작으로 △자비와 연민 △모든 이들을 주님의 식탁에로 환영 △부활로 인한 영원한 희망을 오늘날 한국 가톨릭 교육을 다듬어 줄 영성적 가치로 꼽았다.
2003년 가톨릭학교교육포럼 출범부터 함께한 가톨릭대학교 교육대학원 김경이(클라라) 교수는 ‘가톨릭학교 정체성과 가톨릭학교 교육포럼’ 주제 발표에서 “가톨릭학교교육 정체성에 대한 논의와 탐구는 현재 진행형으로, 언제나 주목해야 하는 주제”라며 포럼의 주요한 특징은 학교 현장에서 시작한 자발적 실천공동체라는 점이라고 밝혔다. 또 ‘생명의 교육자’로서의 사명도 되새겼다.
김종오(마티아) 소명여고 교감은 △‘개방’과 ‘긍정’의 교사 △친교의 공동체 △‘영적 경험’ 공유 △‘앎’과 ‘삶’의 통합을 생명의 교육자가 되는 방법으로 제시했다.
남상보 박문여고 교사도 교내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가톨릭학교 교사 공동체는 ‘생명의 교육자’로서 개방적인 자세로 다른 이를 존중하고 공감하며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기쁨이 가득한 학교를 이뤄나가는 것”이라고 도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