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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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로 대성당 (5) 신앙 영웅 열전

로마의 휴일_로마의 성당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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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론지노 대리석상(베르니니 제작, 중앙 제대 북동쪽)

베드로 대성당에는 2000년 신앙 영웅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중앙 제대 위 돔을 받치는 네 모서리 벽에는 각각 네 개의 커다란 대리석상이 자리 잡고 있다. 17세기(1629년~1640년 사이)에 조각된 작품들로 성 론지노(베르니니 제작, 중앙 제대 북동쪽), 성녀 베로니카(프란체스코 모키 제작, 중앙 제대 남서쪽), 성 안드레아(프랑수아 뒤케스노이 제작. 중앙 제대 남동쪽), 성녀 헬레나(안드레아 볼지 제작, 중앙 제대 북서쪽)의 석상들이다. 처음 베드로 대성당을 찾은 이들은 석상의 규모에 한번 놀라고, 그 예술성에 또 한 번 감탄하게 되는 걸작이다. 여기서 베로니카, 안드레아, 헬레나는 어느 정도 알려진 신앙 영웅들이다. 안드레아는 예수의 제자이고, 베로니카는 십자가의 길에서 예수의 땀을 닦아드린 분이고, 헬레나는 아들 콘스탄티누스 황제와 함께 그리스도교 종교 자유 및 부흥의 맨 앞줄에 선 인물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한 명, 성 론지노는 누구일까. 얼마나 중요한 영웅이길래 중앙 제대를 둘러싸고 도열한 4명 중 한 명으로 선정되었을까.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음을 맞은 직후였다. 빌라도는 로마 병사들에게 예수가 확실히 죽었는지 확인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이에 한 병사가 예수의 옆구리를 창으로 푹 찌른다. 교회의 오랜 신앙 전통을 담은 「황금전설」은 그 군인의 이름을 ‘론지노’(Longinus)라고 기록하고 있다. 그는 예수의 옆구리에서 피와 물이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한다.(요한 19,34) 곧 예수의 죽음이 로마 당국에 공식 보고되었다.

론지노는 공포에 휩싸였을 것이다. 예수의 죽음 직후 해가 어두워지고 성전 휘장이 두 갈래로 찢어지는 불길한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 때문이었을까. 그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자신의 창을 타고 흘러내린 예수의 피를 병에 담아 보관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 흐른 뒤였다. 눈병을 앓아 눈이 거의 보이지 않게 된 론지노는 문득 예수의 피를 기억해냈다. 그는 예수의 피를 자신의 눈에 발랐고, 곧바로 눈이 완치되는 기적을 체험한다. 이후 론지노는 열렬한 그리스도교 신자가 된다. 직업군인의 길을 포기하고 사도들의 제자가 된 그는 오늘날 터키 지역인 카파도키아Cappadocia의 카이사레아Caesarea에서 수도 생활을 했고, 이어 박해 시절에 순교했다. 「한국 가톨릭 대사전」 등 국내 자료에는 론지노의 유해가 훗날 이탈리아 밀라노 인근 만토바에 모셔졌다고 나오는데, 만토바 현지에서 아무리 수소문해봐도 론지노의 무덤을 찾을 수 없었다. 아마도 초기에 확인되지 않은 기록이 이곳저곳에 인용되면서, ‘론지노 만토바 무덤설’이 확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어쨌든 론지노는 자신의 눈을 뜨게 해준 예수의 피를 조금씩 나눠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보냈는데,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놀랍게도 아직도 그 일부가 만토바의 산 안드레아 대성당(Basilica di Sant'Andrea di Mantova)에 모셔져 있다.

베드로 대성당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위대한 작품이 그 유명한 ‘피에타’이다. 미켈란젤로(Michelangelo Buonarroti, 1475~1564)의 피에타를 모신 경당(Chapel of the Pieta, 북쪽 측랑의 첫 번째 경당)은 대성당에 들어선 후 바로 오른편에 있다. 1499년 당시 24세였던 미켈란젤로가 교황청 주재 프랑스 대사 추기경의 의뢰를 받아 조각한 것인데, 미켈란젤로는 유일하게 이 작품에만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 작품에 대한 자부심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알 수 있다. 자세히 보면 성모 마리아의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으로 가로지르고 있는 작은 띠에 ‘피렌체 사람 미켈란젤로(미카엘 안젤루스) 부오나로티 제작’(MICHEL AGELUS BONAROTUS FLORENT FACIEBAT)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피에타는 이탈리아어로 슬픔이나 비탄을 뜻한다. 그 슬픔에 잠긴 성모 마리아의 얼굴은 예수보다 젊게 묘사되었다. 정작으로 고와서 더 서럽고, 슬프다.
 
1. 피에타 2.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유해를 모신 성 세바스티아노 경당

피에타 경당 바로 옆에 있는 경당이 ‘성 세바스티아노 경당’(Chapel of St. Sebastian)이다. 화살에 맞은 성 세바스티아노의 순교 장면을 도메니코 잠피에리(Domenico Zampieri)가 1628~1631년에 그린 것으로, 100년 후 피에트로 파올로 크리스토파리(Pietro Paolo Cristofari)가 모자이크화로 교체했다. 이 경당을 소개하는 이유는 이곳에 성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유해가 모셔져 있기 때문이다. 원래 이곳에는 교황 인노첸시우스 11세의 유해가 있었는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모시면서 대성당내 ‘주님의 거룩한 변모 제대’로 옮겨졌다. 혹시 스페인 역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이 경당 오른쪽 벽면에 시선을 빼앗길 것이다. 왕위를 포기하고 가톨릭으로 개종한 스웨덴 여왕 크리스티나 아우구스타 바사(1626-1689)의 성유물이 그곳에 있다.

성 세바스티아노 경당을 지나 성전 앞으로 조금 걷다 보면 오른쪽에 위치한 초대 교황 베드로 사도의 청동상(Statue of St. Peter)을 만날 수 있다. 아르놀포 디 캄비오(Arnolfo di Cambio, 1245~1302)의 작품이다. 피에타와 달리 직접 손으로 만질 수 있다. 자세히 보면 오른쪽 발이 반질반질하다. 지금도 순례자들은 베드로 사도의 오른발을 만지며 소원을 빈다. 성 베드로 축일인 6월 29일에는 금실로 수놓은 제의를 이 청동상에 입히고 교황관을 씌운다. 청동상의 위쪽에는 살레시오 수도회의 설립자 성 요한 보스코와, 1857년 이 청동상의 발에 입을 맞춰야 대사를 받을 수 있다고 한 비오 9세(1846~1878 재위)의 모자이크 초상화가 있다. 

베드로 대성당에는 이밖에도 다른 귀한 성물들도 가득하다. 예수님이 못에 박혀 돌아가신 십자가의 부분, 성녀 베로니카가 그리스도의 얼굴을 닦아준 베일의 일부분, 그리스도의 옆구리를 찔렀던 창 등이 보관되어 있다. 사순절 마지막 시기인 성주간 동안에 성유물들이 일반인들에게도 특별히 공개된다.

이밖에도 이 지면에서는 모두 소개하지 못하지만 북쪽 측랑 가장 안쪽에 있는 ‘성체 경당’(Blessed Sacrament Chapel, 그레고리오 13세 및 카노사의 굴욕 때 성 그레고리오 7세를 지지했던 카노사의 마틸데 여백작의 유해가 모셔져 있다), ‘주님 세례 경당’(Baptistery Chapel), ‘성모 자헌 경당’(Presentation Chapel, 성 비오 10세의 유해가 모셔져 있다),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 제대’(Altar of Immaculate Conception, 남쪽 측랑 가장 안쪽), ‘성 요셉 제대’(Altar of St. Joseph, 12사도 중 시몬과 유다 타대오의 유해가 안장되어 있다), ‘사도 성 토마스 제대’(Altar of St. Thomas the Apostle, 보니파시오 4세의 유해가 모셔져 있다), ‘주님의 거룩한 변모 제대’(Altar of Transfiguration), ‘대교황 성 그레고리오 제대’(Altar of St. Gregory the Great), ‘대교황 성 레오 1세 제대’(Altar of St. Leo the Great) 등은 꼭 둘러볼 것을 권한다. 하나하나가 모두 2000년 교회 역사 안에서 켜켜이 쌓인 영성의 보화들을 가득 담고 있다. 

시간이 어느덧 5시간이나 지났다. 예정 시간보다 2시간 초과했다. 베드로 대성당은 그렇게 로마에서의 다른 많은 일정을 취소할 정도로, 발을 붙잡는 영적인 자석이었다. 성당 자체가 나약하고 죄 많은 영혼의 양심을 일깨우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대성당을 가득 채운 어떤 강한 기운이 어깨를 짓눌렀다. 버틸 재간이 없었다. 무릎을 꿇었다. 

글 _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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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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