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꿈 CUM] 나는 일곱 아이와 함께(CUM) 산다 (3)
주일 아침, 침대에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뒹굴거렸다. 내가 주일날 이러고 있다니~~.
어제 토요일 특전미사를 드린 덕에 오랜만에 주일 아침의 여유를 누렸다. 주말은 휴일이지만 대내외적인 행사가 있으면 나의 휴일은 고스란히 반납이다. 그룹홈은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대체휴일을 받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휴가를 가서도 업무 전화를 받기 일쑤다.
오늘도 마찬가지. 나의 오후는 고스란히 반납이다. 오전에는 유튜브로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아이들을 보면서 혼자 웃으며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 가끔은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싶어서 이 프로그램의 영상을 찾아서 본다. 그리고는 ‘유퀴즈’를 보다 선잠이 들었다. 아무것도 안하고 싶어지는 몸과 맘의 무게가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힘내서 몸을 일으킨다. 아이들 생일 케이크도 사러가야 하고, 오늘의 주인공이 먹고 싶은 음식도 검색해서 주문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은영이의 생일이다.
“은영아~ 생일날 뭐 먹고 싶어?”라고 묻는 말에, 은영이는 조심스레 “이모~ 초밥 먹어도 돼요?”라고 했다.“그럼 되고 말고, 은영이 생일인데~.” 항상 생일상엔 치킨, 피자와 같은 음식이 올라갔는데, 초밥은 처음이었다.
은영이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자해, 기억손실(해리성 기억장애) 증상으로 두 달간 병원에 입원했는데, 퇴원한 지 이제 한 달이 조금 넘었다. 먹는 걸 참 좋아하는 은영이기에 생일을 맞아 더 맘껏 먹게 해주고 싶었다. 케이크를 가운데 놓고 초밥을 식탁 위에 쫙~ 깔았다. 다른 생일날보다 오늘 더 화려하고 풍성해 보이는 건 왜일까?
생일파티 준비를 끝내고 아이들을 불렀다. 아이들이 식탁 주변으로 모이면서 “와~”하는 함성이 터졌다. 아이들의 손에는 각자 준비한 작은 선물상자, 쇼핑백이 들려 있었다. 우리 초등학생 꼬마 두 명은 매번 자기들이 먹고 싶었던 과자, 젤리, 사탕 등을 언니들에게 선물했었다. 그런데 이번엔 선생님들의 조언과 함께 은영이가 좋아하는 메모지, 문구 종류를 준비했다. 그리고 우리가 생일선물과 함께 빠지지 않고 챙기는 것이 있다. 이것이 없으면, 생일 주인공 누구나 엄청 속상해한다. 그건 바로 손편지다. 마음을 담은 글이 빠지면 어떤 선물을 줘도 섭섭한 맘을 몇 달을 걸쳐 우려먹는다.
피로 이어진 가족이 아니기에 그 자리를 편지에 담은 마음이 채우는 건 아닐까 싶다. 서로를 향한 마음이 담긴 따뜻한 손편지.
내면에 많은 아픔을 가진 우리 아이들, 사춘기를 겪는 우리 아이들과 보내는 매일의 일상은 항상 오늘처럼 잔잔하고 평탄히 지나가지만은 않는다. 그리고 내가 하는 일들이 단순한 일 이상이기에, 아무리 스스로 충전하고, 다독여도 지치고 흔들릴 때가 있다.
가끔씩 아이들이 실수하고, 잘못했을 땐, “괜찮아. 이제 됐어. 네가 안 다쳤으니 정말 다행이야. 누구나 실수할 수 있어”라고 말한다. 이렇게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면서도 마음 한 편으로는 떨리는 불안함을 쉬이 떨칠 수 없을 때가 있다. 또, 때로는 아이들의 연고자로 인해 가슴이 서늘해지는 공포감이 밀려오기도 하고, 변화무쌍한 아이들의 일상에 내 내면의 사랑이 고갈됨을 느끼기도 한다.
그때마다, 나와 함께 계신 주님께, 순간순간의 불안한 마음을 의탁하고, 주님께 매달려 은총을 구했다. 아이들을 지켜낼 수 있을 지혜와 아이들의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는 마르지 않는 사랑을 청했다.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기에.
나는 오늘도 그룹홈이라는 작은 공동체에서 각자의 아픔을 이겨내며, 또 하나의 가족으로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 일상을 ‘꿈’(CUM)에서 나누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보육원, 지역 아동센터는 알고 있지만, 아동 청소년 그룹홈에 대한 인식은 아직 많이 부족한 듯하다. 사회적인 혹은 개개인의 지원과 관심 그리고 사랑이 필요하다. 그래야 우리의 아이들이 희망을 꿈꿀 수 있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다. 세상을 사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