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숏폼 중독’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숏폼(short form)이란 60초 이하의 짧은 동영상을 말하는데, 숏폼 동영상 플랫폼으로 유튜브의 숏츠(shorts), 인스타그램의 릴스(reels), 틱톡(tik-tok) 등이 있다. 문제는 이러한 숏폼 동영상들이 인기를 끌면서 사람들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번 클릭한 뒤 손가락을 위로 올리기만 하면 알고리즘에 맞춰 관련된 다른 영상이 계속 나오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중독되는 것이다. 심하게 말하자면, ‘쇼츠·릴스 지옥’에 빠져버린다.
일상에 지장을 줄 정도에 이르렀다고 호소하는 이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굳이 보지 않아도 될 짧은 영상물들임에도 별생각 없이 눌러보다가 상당한 양을 보게 된다. ‘숏폼 중독’ 현상은 다른 일상적인 활동에 대한 관심 감소, 동기 부족, 우울증 등의 여러 문제를 낳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삶의 질을 방해하고, 대인관계 및 대인 소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소셜미디어에서 ‘디지털 마약’으로 빗대는 숏폼 콘텐츠의 급증은 인간 고독의 시대가 끝났음을 선언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함께 있는 한 심심하거나 고독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고독을 느낄 줄 모르는 스마트폰 인류의 미래는 가히 상상이 불가할 정도다. 그러나 고독과 침묵의 부재는 인간이 인간이기를 포기한다는 신호다. 불안과 두려움, 불면증과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소셜미디어 중독 내지 숏폼 중독은 인간의 몸과 마음뿐만 아니라 정신과 영적 공허함이라는 폐해를 끼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잃어버린 고독과 침묵을 되찾고 회복하는 길은 역설적이게도 고독과 침묵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 길만이 인간적이고 영적으로 풍성한 삶을 이루게 한다.
요즘은 디지털 중독 치유를 위한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가 소셜미디어 중독 처방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람들은 ‘템플스테이’, ‘북스테이’ 혹은 ‘고독스테이’와 같이 외따로 떨어진, 조용하고 고요한 장소와 공간을 찾는 경향이 있다. 자신에게 귀를 기울여보고 자기 안에 있는 이야기를 발견하려는 것이다.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지고 자아를 되찾아야 한다. 그래서 수동적인 ‘고립’이 아닌 자발적 고립으로서의 ‘고독’이 필요한 것이다. 고독의 시간은 무언가 얻으려는 보상의 시간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타인과의 관계를 성찰하며, 절대 타자이신 하느님과의 일치를 추구하는 침묵의 시간인 것이다.
「월든」의 저자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젊은 나이에 호숫가에 오두막집을 짓고 살면서 자발적 고립을 선택한 현자다. 스스로 고독을 택한 사람은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 고독은 외부와 관계가 단절된 고립이 아니기 때문이다. 깊은 내면의 고독이야말로 성찰과 발견을 통한 내적 풍요로움을 추구할 수 있다. 특히 자신이 소셜미디어에 중독되어 있다고 생각되거나 예방하고자 하는 신앙인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여러 방식의 ‘고독 체험’을 제안한다.
첫째는 서방교회 수도회의 아버지라 불리는 베네딕토 성인이 은수생활하면서 거듭났던 ‘수비야코 동굴’이다. 우리 마음속에 고독과 침묵의 장소로써의 동굴에서 자기 자신과 하느님을 만나고 그분의 말씀을 들어야 한다. 두 번째 고독 체험은 성체 앞에서 특별한 존경을 바치는 신심 행위인 ‘성체조배’다. 세 번째 고독 체험의 방법은 ‘피정’이다.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마르 6,31)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따른 것으로, 하느님 안에 진정한 휴식을 취하고, 삶의 에너지를 회복하며, 새로운 몸과 마음이 되어 다시 세상에 파견되는 것이다. 그 밖에 자발적인 고독을 체험하는 여러 방법이 있다. 고독을 잃어버린 시대에 고독을 회복하려는 노력이 바로 신앙의 행위이다.
김민수 이냐시오 신부
서울 상봉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