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꿈 CUM] 노호영 신부의 사진 이야기 - 어둠 속 별을 바라보며, 따라가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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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때때로 바라봄에 대한 자기 반영의 산물과도 같다.
‘내가’, ‘지금’, ‘어떠한 환경 속’에 있는지, 지금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에 따라 사진 속 피사체가 달라질 수 있고 사진 전체의 분위기도 바뀔 수 있다. 나의 경우도 시기와 상황에 따라 사진의 내용과 주제가 각각 달랐다.
학창 시절에는 친구들과의 우정과 추억을 담은 사진이 다수를 이루었고, 신학생이 되어서는 교구 서품식 및 신학교 행사와 관련된 사진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았으며, 사제가 된 후 본당에 부임했을 때는 주로 주일학교 학생들과 행사를 사진으로 더 담아내었다. 이렇듯 어떤 삶의 자리에서, 어느 방면으로 더 관심을 기울이느냐에 따라 사진 속 주제와 분위기는 매번 달랐다. 물론 이 바라봄에 관한 문제는 비단 사진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이 바라봄의 대상이 극적으로 바뀐 계기가 있었는데 그것은 2014년부터 약 3년 동안 교포 사목을 위해 호주에서 지냈던 시간이었다. 처음 호주에서 지낼 때, 현지 문화와 언어 그리고 생활 환경의 상이함에서 오는 심적 부담감 때문이었는지, 쉬는 날이나 가끔 여유 시간이 생기게 되면 대부분 조용히 사제관에서만 머무는 시간이 더 많았다. 그래서 처음 몇 개월은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에, 주로 많은 사람이 모여 있고 여러 문화가 공존하고 있는 도심지 한가운데나, 유명 관광지 주변만 돌아다니며 도시의 화려한 풍광만을 사진으로 담아내었다. 마치 외로움을 잊기 위한 몸부림처럼 말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6월의 어느 밤, 사제관 주변을 산책하다 무심코 올려다본 밤하늘에서 찬란히 빛나고 있는 수많은 별을 보게 되었다. 어찌나 아름답고 영롱하였던지 한참을 올려다보며 그대로 서 있었다. 그러다 급히 사진기를 가지고 나와 사제관 위에 가득히 자리한 별들을 촬영하게 된 순간이 본격적으로 하늘의 별에 관심을 두게 된 첫걸음이었다. 글 _ 노호영 신부(미카엘, 대전교구 고덕본당 주임)
사진으로 아름다움을 담아내려 노력하는 신부. 8년 전부터는 자연 속의 경이로운 순간들, 특히 밤하늘의 별과 은하수를 쫓아다니며 하느님의 피조물을 촬영하고 정리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제13회 ‘서울시 빛공해 사진공모전’ 최우수상, 제26회·제28회 ‘천체사진공모전’ 금상 및 우수상을 비롯해 다수의 사진 공모전에서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