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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어...백상예술대상 수상한 아름다운 휴먼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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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언제 어른이 되는 걸까, 나이가 든 우리는 모두 어른인가?

참 아름다운 어른이 있다. 고귀한 인품의 어른이 있다. 누군가의 소개로 넷플릭스에서 찾아보았는데 그분을 보는 내내 맑은 바람이 불었다. 부산국제영화제 한 행사에 갔다가 길거리에서 상영하는 영화 버전을 처음 보듯 앉아 다시 보았다. 이분은 참 어른이시다.

올해 가장 아름다운 휴먼 다큐멘터리로 백상예술대상 작품상을 받은 이 영화는 경남 진주시에서 60년간 한약사로 살아오신 김장하 선생의 이야기이다.

19살 나이에 한약사 시험을 치고 한약업을 시작했다. 약효가 좋아서 많은 사람이 몰렸다. 곧 부자가 되었지만, 여느 부자와 다른 것은 그 돈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마치 물을 주듯 나누었다. 지역 내 중고등학교를 세웠고, 공부는 잘하지만, 돈이 없어 학업을 할 수 없는 학생들을 도왔다.

여성 피난 쉼터를 마련해야 한다는 말에 ‘아 좋다’며 덥석 주었고, 환경운동연합엔 처음부터 고문을 맡아 일조했다. 돈이 없는 가난한 연극인들을 위해선 공간을 만들어주는 등 좋은 일이고 필요한 일이라면 당연히 나눴다.

서슬 퍼런 어느 시절, 전교조 선생들을 모두 해임하라는 지침이 교육부에서 내려왔을 때, 단 한 명도 해임하지 않았다. 큰 소리 냄 없이 잘난 체 안 하는 것은 물론, 무엇이 옳은 일인지 알았고 바른 선택을 하였다.

그 후 그는 자신이 사는 약국 건물 외에 학교와 그에 딸린 논 등 모두 것을 정부에 헌납했다. 이미 세울 때부터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내놓겠다고 했던 일이었지만, 당시 110억이 넘는 것을 평온히 내놓았다.

“돈은 똥과 같아서 모아 놓으면 악취가 나는데 밭에 골고루 뿌려놓으면 좋은 걸음이 된다”는 그의 말은 부자가 되기를 바라는 오늘날의 사람들에게 큰 새김 말로 들린다.

병들고 아픈 이들로 인해 번 귀한 돈을 함부로 쓸 수 없어서 필요한 곳에 썼다며 인터뷰도 원하지 않고, 어느 장소에 가면 구석에 앉으며, 생일 축하 자리도 난감해 하는 이 어른을 취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기자로서 나쁜 소식만 아니라 좋은 소식, 좋은 어른을 세상에 알려서 희망을 심어야 한다는 지역 언론인 김주완씨의 노력은 도움을 받았던 수많은 사람의 적극적인 취재 협조와 증언으로 가능해졌다. 언론의 역할 중 하나가 알 권리를 채워주는 것인데, 선하고 바른 어른을 찾아 알려주니 고맙고 기쁘다.

요즘 ‘어린이’처럼 ‘어른이’라는 말을 쓴다. 나이만 찬 이에게 붙인 이름처럼 들려 씁쓸하다. 어른이 귀한 시대, 어른이 필요한 시대, 겸손하면서도 지혜롭고, 소박하면서도 선한 진짜 ‘어른 김장하’ 선생을 영상으로나마 만나 뵘이 좋다. “당신을 만나고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습니다.”라는 이 영화의 광고 문구에 나도 그렇다고 외친다.

11월 15일 극장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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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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