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T야?”
아마 성격유형검사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가 유행하면서 가장 널리 알려진 말일 것이다. 유행어 속 ‘T’는 ‘Thinking’을 의미한다. 한국어로는 사고형으로 번역되는데, 보통 공감형(Feeling)보다 사실에 집중하는 성향을 의미한다. 여기서 파생돼, 상대에게 ‘T’라고 묻는 것은 “넌 왜 공감하지 않아?”라는 의미로 쓰인다. 기계적으로 사실만 확인하는 로봇 같은 이미지로 묘사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문제 해결에 공감하기만 하는 게 도움이 될까? 전문가들의 말은 그렇지 않다. 갈등 해결 전문가들은 상대방과 갈등이 있을 때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우선 대화하고 공감할 것을 조언하면서도 그냥 ‘공감’만 해서는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준비 없는 만남은 상황을 악화시킨다.
여기서 사고(Thinking)가 필요하다. 상대가 처한 상황을 자세히 생각하고 관찰하는 것이다. 중재 전문가인 일본 리츠메이칸 아시아태평양대학 츠루하라 토시아스 박사는 “감정의 출발점이 갈등을 빚는 사건 그 자체 있지 않은 경우도 많다”면서 “대화하고자 하는 사람과 만났을 때 상대가 어떤 상황에 부닥쳐있는지, 그 배경을 파악하고자 노력하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어휘 등의 맥락 파악도 필수다. 상대가 사용하는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평화’라는 단어조차, 맥락과 각자의 생각에 따라 ‘침묵과 현상유지’ 혹은 ‘완벽하게 문제가 해결된 상태’ 등 다양한 의미로 사용된다. 같은 단어를 쓴다고 해서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개인적 차원은 물론 사회적 차원에도 적용되는 원칙이다. 단체 간 갈등은 물론 사회적 참사를 대하는 자세까지 마찬가지다. 공감 없는 사고는 화를 부르고, 사고 없는 공감은 공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