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명의 젊은이가 희생된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10월 29일 전국에서 추모 행사가 열렸다.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을 비롯한 각 성당에서도 추모 미사가 봉헌됐다.
많은 이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이유는 ‘기억’하고 ‘증언’하며 ‘희망’하기 위함이다. 159명의 희생자가 불가항력의 재난이 아닌, 인재로 목숨을 잃었음을 기억하고,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해 연대하는 것이다. 또 이러한 삶의 증언을 통해 유가족들의 비통함이 조금이나마 아물길 희망하며, 희생자들이 하느님 품 안에서 영면하길 기도하는 것이다. 명동대성당에서 미사를 주례한 서울대교구 유경촌 주교도 강론을 통해 추모 미사를 봉헌하는 이유가 159명 희생자의 천상 영복을 빌기 위함이고, 희생자들의 유가족 곁에 서기 위함이며, 이 같은 재난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사람이 제 목숨을 무엇과 바꿀 수 있겠느냐?”(마태 16,26)란 예수님 말씀처럼 이 땅에서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교회가 이태원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그들과 함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것은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그들의 이웃이 되어주기 위함이다. 사회 약자의 상처를 씻어주고 일으켜 세워주는 것이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처신이다.
안타깝게도 참사 1주기를 맞았지만, 우리 사회는 별반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 요구가 당리당략의 정치놀음에 왜곡되고 오염되고 있다. 참사의 실체적 원인에 대한 철저하고 제대로 된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를 위한 총체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치유의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