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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탓이요

[월간 꿈 CUM] 회개 _ 요나가 내게 말을 건네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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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때문에 우리에게 이런 재앙이 닥쳤는지 말해 보시오.”(요나 1,8)

창세기 에덴동산에서 아담인 남자가 홀로인 것이 안타까운 나머지 하느님께서는 그의 짝인 여자 하와를 만들어 주십니다. 그때 아담은 넘치는 기쁨을 주체할 길이 없어 그야말로 “부르짖었다”(창세 2,23)라고 성경은 밝히고 있습니다. 그 같은 사랑의 탄성은 둘을 한 몸으로 만들어 줍니다. “그러므로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된다.”(2,24) 이 말씀을 성경 주석은 이렇게 풀이하고 있습니다.

“성경 저자는 남자가 자기에게 ‘알맞은 협력자’를 찾아낸 기쁨을 서술한 뒤(23절), 24절에서 남자와 여자가 서로에게 끌리는 매력을 당연시한다. 새로운 사랑의 관계는 혈연관계보다 더 강력한 것으로 밝혀진다.”

그러면서 성경 주석은 그 사랑의 강력한 관계의 예를 아가서의 다음 말씀으로 제시합니다.

“사랑은 죽음처럼 강하고 정열은 저승처럼 억센 것, 그 열기는 불의 열기, 더할 나위 없이 격렬한 불길이랍니다. 큰 물도 사랑을 끌 수 없고 강물도 휩쓸어 가지 못한답니다.”(아가 8,6-7)

그런데 이 뜨거운 사랑의 관계는 그리 오래가지 못합니다. 하와가 뱀의 유혹으로 하느님께서 금하신 열매를 따서 아담과 함께 먹었을 때, 하느님께서는 남자인 아담을 추궁하십니다.

“내가 너에게 따 먹지 말라고 명령한 그 나무 열매를 네가 따 먹었느냐?”(3,11)

그러자 남자인 아담이 너무도 치졸하고 비겁하고 유치하게 그토록 뜨거웠던 사랑의 배우자 하와를 고발합니다.

“당신께서 저와 함께 살라고 주신 여자가 그 나무 열매를 저에게 주기에 제가 먹었습니다.”(3,12)

이렇듯 남자가 인류 최초의 고자질을 저지릅니다. 이 치사한 고자질로 죄가 세상에 들어왔고 하느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 사이에 아름다웠던 사랑의 관계가 깨어지게 됩니다. 원죄는 인간이 감히 하느님과 같아지려 하였던 ‘교만’의 죄가 첫 시작이었지만 그 내면에는 잘못의 탓을 자신이 아닌 남에게 돌린 죄가 있었습니다. 하와도 죄의 탓을 뱀에게 돌립니다. 결국 인간의 첫 죄는 “제 탓입니다”가 아닌 ‘남의 탓’으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모든 잘못의 탓이 자신에게도 있음을 인정할 때는 나를 돌아보는 성찰의 기회가 생깁니다. 그리고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됩니다. 그러나 내게는 조금도 잘못이 없고 모두 남의 탓일 때는 억울함의 분노가 나를 지배합니다. 그리고 그 분노는 평화와 사랑의 관계를 깨트리게 되며 죄가 자신을 지배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죄는 죽음을 가져오게 됩니다.

요나는 비록 하느님의 부르심에 도망치는 불순종의 죄를 짓고 있었지만,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되었을 때 진심으로 솔직했고 용감했습니다. 진실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죽음의 그림자가 자신의 잘못에 있음을 인정한 것입니다. 그는 “제 탓이오!”를 고백한 정직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랬던 요나였기에 하느님께서 그를 예언자로 선택하신 것입니다. 

하느님의 부르심과 선택은 인간의 판단과 기준을 뒤집을 때가 너무도 많습니다. 그가 부족하거나, 배움이 없거나, 우유부단하거나, 성격이 모나고 불같은 사람이거나 때론 한없이 연약하더라도 기꺼이 뽑으십니다. 그리고 당신의 가장 큰 은총인 ‘기다림’을 발휘하시어 부족한 인간의 성숙을, 변화를, 회개를 기다려 주십니다. 사도 바오로는 이를 온몸으로 체감하며 느꼈던 분이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지혜로운 자들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이 세상의 어리석은 것을 선택하셨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강한 것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이 세상의 약한 것을 선택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있는 것을 무력하게 만드시려고, 이 세상의 비천한 것과 천대받는 것, 곧 없는 것을 선택하셨습니다.”(1코린 1,27–28)

그래서 다시 요나는 우리에게 말을 건넵니다.

“아! 모든 잘못된 일들을 처음 평화의 상태로 만들고 싶다면, 단 한 마디로 충분합니다. 그것은 복음의 작은 아들, 탕자의 고백입니다. ‘아버지, 제가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습니다.’(루카 15,18) 모든 잘못의 원인은 바로 제 탓이었습니다.”

글 _ 배광하 신부 (치리아코, 춘천교구 미원본당 주임)
만남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춘천교구 배광하 신부는 1992년 사제가 됐다. 하느님과 사람과 자연을 사랑하며, 그 교감을 위해 자주 여행을 떠난다.
삽화 _ 고(故) 구상렬 화백 (하상 바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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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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