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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夫婦)

[월간 꿈 CUM] 삶의 길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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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관련해서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 왜 결혼하는가? 판단력 부족 때문에.

• 왜 이혼하는가? 인내력 부족 때문에.

•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재혼하는가? 기억력 부족 때문에.

또 이런 말도 있습니다.

“20대에는 서로 좋아서 신이 나서 살고, 30대에는 서로 환멸을 느끼면서 살고, 40대에는 서로 체념하면서 살고, 50대에는 서로 불쌍하고 가여워서 살고, 60대에는 서로 없어서는 안 되겠기에 살고, 70대에는 서로 고마워서 산다.”

하느님께서 태초에 인간을 한 남자와 한 여자로 창조하신 것은 한 남자는 한 여자만을 사랑해야 하고, 한 여자는 한 남자만을 사랑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이렇게 한 사람만을 사랑해야 함은 하느님의 뜻이며 부부의 의무입니다.

“나는 당신을 내 아내로, 내 남편으로 맞아들여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 성하거나 병들었을 때나 일생 사랑하고 신의를 지키고 존경하겠다.”

참으로 엄청난 내용의 언약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기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도 쉽지 않을 터인데, 자신이 아닌 타인을,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그것도 즐겁고 기쁠 때만이 아니라 고통과 괴로움 속에서도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고 힘든 약속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혼인의 서약은 참으로 위대하고 소중한 약속인 것입니다.

부부의 만남, 혼인으로 맺어지는 부부의 삶은 세 가지로 요약해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첫째, 부부의 만남은 서로 ‘인격적인 만남’입니다.

이 인격적인 만남은 상대방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마음입니다. 상대방의 약점과 장점, 직업, 가족관계, 학벌, 성격 등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마음입니다. 만약 특정한 어느 것 하나만을 골라서 받아들이게 된다면 진정한 인격적인 만남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상대방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은 바로 그 사람의 인격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가정의 행복은 이러한 인격적인 요소들이 서로에게 수용될 때 지켜지게 됩니다. 

둘째, 부부의 만남은 서로를 진심으로 믿는 ‘신뢰의 만남’입니다.

우리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나약한 존재입니다. 그렇기에 자신의 나약한 부분을 메꾸어 줄 상대자를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부부는 서로의 나약한 부분을 메꾸어 주는 상호 보완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호 보완적인 삶은 서로를 진심으로 신뢰할 때 이루어지게 됩니다.

셋째, 부부의 만남은 서로의 실수나 잘못을 품어주는 ‘용서의 만남’입니다.

인간은 수많은 실수와 과오를 거듭하면서 삶을 살아가는 존재들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실수와 과오를 경험함으로써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되고, 이 반성을 통해서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성숙되어 갑니다. 이렇게 부부가 함께 살아가는 부부의 삶은 인격적인 만남과 신뢰의 만남 그리고 용서의 만남을 통해서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가정에 하느님은 분명 풍성한 은총을 내려주실 것입니다.

결혼은 제도로써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결혼으로 맺어진 부부는 두 사람의 각고의 노력으로 서로의 사랑이 서서히 완성되고 무르익어 가는 것입니다. 참다운 부부 사랑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참다운 부부 사랑은 무엇보다도 서로를 닮아가려는 끊임없는 노력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사랑은 ‘닮는 것’, ‘닮아가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정의해 볼 수 있겠습니다. 예수님께서 인간에 대해 그러하셨듯이, 서로를 닮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참다운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서로를 닮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기의 것을 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자기의 것을 포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기를 낮출 수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께서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겸손한 모습으로 인간이 되신 것처럼 말입니다.

자신을 버리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낮추지 않고는 결코 상대방을 닮을 수 없습니다. 참다운 부부 사랑을 위해 서로를 닮고자 한다면 스스로를 낮추고, 버려야만 합니다. 버리고 포기하는 어려움과 고통을 이겨내야 합니다. 그래야 참다운 사랑의 열매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결혼 생활을 한 부부는 닮는다고 합니다. 오랜 결혼 생활을 한 부부가 서로를 닮기 위해서 겪어야 했을 어려움과 고통의 양만큼 서로를 닮게 되는 것입니다. 둘이 하나가 되는 혼인에서는 서로의 반이 죽어야만 합해져서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혼인은 1+1=2가 아닙니다. 혼인에서의 수학 공식은 1+1=1입니다.
글 _ 이창영 신부 (바오로, 대구대교구 대구가톨릭요양원 원장, 월간 꿈CUM 고문)
1991년 사제 수품. 이탈리아 로마 라테란대학교 대학원에서 윤리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교회의 사무국장과 매일신문사 사장, 가톨릭신문사 사장, 대구대교구 경산본당, 만촌1동본당 주임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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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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