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구세주 예수님,
나쁜 무리가 주님의 얼굴에 침을 뱉고
주님을 업신여기며 모욕하였듯이
저희도 죄를 지을 때마다
주님의 얼굴을 더럽히는 것이오니
통회의 눈물로
주님의 얼굴을 씻어드리게 하소서.
병자를 낫게 하시고, 굶주린 이들을 배부르게 하시고, 죽은 이를 살리신 예수님이 지금 피땀을 흘리십니다.
우리는 일상 안에서 예수님의 얼굴을 더럽히는 일을 많이 합니다. 지금 우리 주위에서는 십자가의 고통 중에 있는 예수님을 욕되게 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납니다. 그런데 여기 베로니카 성녀는 예수님의 얼굴을 닦아드립니다. 당시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이러한 베로니카 성녀의 행동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수많은 이들이 예수님의 십자가의 길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살벌함 속에서 베로니카는 고독하게 버려진 예수님의 얼굴을 닦아드립니다.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입니다. 특히 작은 고통에도 어쩔 줄 몰라하는 우리로서는 감히 하기 힘든 일입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타인의 고통에 방관자적 행동을 취할 때가 많습니다. 무거운 짐을 진 이웃들의 고통에 선뜻 나서서 위로할 용기를 가진 사람이 적은 것이 현실입니다. 모든 이들이 돌을 던지는 대상에게 다가가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합니다. 이런 용기는 인간적 노력으로 얻기 힘듭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용기를 달라고 청해야 합니다.
“주님! 제 이웃을 그리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가족을 위로해 줄 수 있는 그런 용기를 주십시오.”
이렇게 청할 때, 우리는 베로니카 성녀가 예수님의 얼굴을 닦아드릴 수 있었듯, 이웃과 가족에게 위로의 봉사를할 수 있는 은혜를 받을 것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당당하게 행할 바를 하겠다는 용기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억압이나 탄압을 두려워하지 않고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이들에게 주님은 많은 은총을 주실 것입니다. 육신을 죽일 수 있어도 우리의 양심과 자유는 결코 죽일 수 없습니다. 인간의 권력을 무서워하지 않고 하느님의 뜻을 실현해 나갈 때 하느님은 우리에게 당신의 나라를 선물해 주실 것입니다.
성녀 베로니카. 참으로 커 보이십니다. 그분의 용기 그리고 자유로운 행위가 십자가의 길을 지켜보던 이들을 아마도 압도했을 것입니다. 그 큰 용기에 예수님은 성녀의 수건에 당신 얼굴을 새겨주십니다. 그렇게 당신을 향한 인간의 사랑에 보답해 주십니다.
글 _ 안성철 신부 (마조리노, 성 바오로 수도회)
삽화 _ 김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