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영화.
영화는 중요한 문화사목 콘텐츠로 활용되곤 하는데요.
직접 영화를 제작한 사제가 있다고 합니다.
전은지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지난달 막을 내린 제10회 가톨릭영화제에서는 특별한 영화가 상영됐습니다.
'메이드인가톨릭' 코너에 상영된 단편작 '사과나무를 심어라'.
이 영화는 서울대교구 행당동 부주임 구본석 신부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과 연기에 참여한 작품입니다.
인류의 종말을 앞두고, 사제인 주인공이 트랜스젠더인 가족과 겪던 갈등을 풀어가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구 신부는 가톨릭영화제가 주관하는 CaFF영화제작워크숍에 참여하면서, 평소 갖고 있던 성소수자에 대한 생각을 영화에 풀어냈다고 말했습니다.
<구본석 신부 / 영화 '사과나무를 심어라' 연출>
"(가톨릭영화제 주제인) 함께라는 맥락과 근래에 시노달리타스라는 주제를 맞물려서 보게 되더라고요. 영화적으로 봤을 때는 소재가 보는 이로 하여금 독창적으로 다가와야 된다는 느낌도 필요하잖아요. 그런 것들을 고려하다 보니까 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게 된 것 같습니다."
구 신부는 촬영 현장에서 갑작스레 발생하는 일을 해결하고, 많은 스태프와 의견을 조율하면서 화합과 일치를 고민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감독이 돼보면서, 사제로서 어떠한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하는지 배웠다고도 말했습니다.
<구본석 신부 / 영화 '사과나무를 심어라' 연출>
"사제의 삶도 어쩌면 마냥 들어주고, 마냥 따뜻함만을 보여주는 자리일 뿐만이 아니라. 또 한편으로는 결단이 필요하고, 누군가의 반대도 무릅쓸 줄 알아야 하는 마음가짐도 필요하고. 또 어떻게 보면 싫은 소리에 대한 것들도 감내할 수 있는…"
구본석 신부는 서울주보에 영화 칼럼을 연재하고, 본당에서는 신자들과 교황 문헌을 읽는 북클럽을 운영하는 등 활발한 문화사목을 펼치고 있습니다.
쏟아지는 콘텐츠 홍수 속에서 신자들이 올바르게 콘텐츠를 식별하고, 받아들이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구 신부는 신자들에게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을 때,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건 물론 본인의 관심사가 아닌 콘텐츠도 적극적으로 보는 게 식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구본석 신부 / 영화 '사과나무를 심어라' 연출>
"나에게 맞추어져서 제공되는 문화콘텐츠들을 비판적으로, 또다시 한번 꺾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내가 몸담고 있는 신앙에 대해서, 내가 속해 있는 종교에 대해서 삼자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콘텐츠들에 대한 접근도 분명 필요할 거라는 생각도 들고요. "
앞으로도 구 신부는 영화와 책 등 다양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문화사목을 펼칠 예정입니다.
CPBC 전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