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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의 눈] ‘평신도’라는 호칭을 다시 생각하며 / 이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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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가톨릭신문에 ‘교황’과 ‘교종’ 호칭에 관한 기사가 실렸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대구대교구의 성용규 신부는 이에 대한 특별기고(2023년 7월 9일 자)에서 ‘교황’보다는 ‘교종’이 시노드 정신에 더 적합하다는 의견을 제시하며, 끝머리에 ‘평신도’라는 호칭 역시 문제라고 언급했습니다. 성 신부는 “거룩함(聖)과 평범함(平)으로 구분 짓는 이 용어도 가톨릭교회가 얼마나 위계적이고, 수직적 구조의 패러다임 속에 갇혀 있는가를 보게 한다”며, 초대교회 때처럼 ‘성도(聖徒)’라는 용어로 바꾸자고 제안했습니다.

40여 년 전 한국의 평신도 신학자 양한모 선생도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에 따른 신도 신학을 다룬 책 「신도론」(가톨릭출판사, 1982)에서 “‘평(平)’신도라는 단어가 갖는 차별의 어감을 구태여 하느님의 백성, 즉 교회 안에 풍길 것이 없을 것 같다”라며, ‘평신도’ 대신 ‘신도(信徒)’라는 말을 썼습니다. 양 선생은 교회사에서 성직자와 신도를 구분하기 시작한 것은 3세기 이후의 일이라며, 서로 다른 은사에 따른 직분을 계급처럼 여기고 분리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신약성경에서는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일원을 ‘거룩한 자’, ‘제자’, ‘형제들’이라는 표현을 썼음을 상기합니다.

이처럼 ‘평신도’라는 호칭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일찍부터 있었지만, ‘성도’나 ‘신도’라는 말은 개신교에서 많이 쓰니 천주교에서는 계속 ‘평신도’라는 말을 쓰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가 개신교, 불교 신자와 인사 나눌 일이 있을 때 ‘가톨릭 평신도’라고 소개하자, 의아하다는 반응을 접한 일이 있습니다. 그들은 저에게 굳이 왜 ‘평’신도라는 말을 쓰냐며, ‘고위’신도가 따로 있냐고 물었습니다. 천주교 신자가 아닌 이들에게 ‘평신도’라는 호칭은 무언가 낮추는 차별적인 용어로 들린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습니다.

‘평신도’라는 호칭에 대한 문제의식은 그 용어가 신자들이 자기 신원을 제대로 인식하고 역할을 잘 수행하게 하는 데 적합하지 않은 요소가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됩니다. 교회의 지도자가 ‘황제’로 오인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서 ‘교황’의 호칭을 고민하듯, 세상 안에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이 거룩하지 않은 ‘세속인’이나 신앙과 관련한 ‘비전문가’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평신도’로 불리는 문제도 함께 고민해 봐야 할 것입니다.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가 얼마 전 끝났습니다. 이번 시노드는 교회의 생활방식이자 활동 방식이 ‘함께 걷는 길’(시노달리타스)이 되어야 한다며, 교회의 모든 구성원이 세상에 복음을 전하는 ‘사명’을 실천하기 위해, ‘친교’를 나누고 ‘참여’하는 방안을 함께 논의했습니다. 시노드의 주제도 교회 구성원이 함께 협력하는 방안에 관한 것이었지만, 그 논의의 시작도 각 지역교회에서 신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작업부터 시작했고, 총회 대의원 구성 역시 ‘주교’ 시노드임에도 주교뿐 아니라 신자와 수도자, 사제 등이 다양하게 참여했습니다. 신자들이 대의원으로 참여하는 것이 시노드 정신을 주제로 다루는 이번 시노드에만 해당하는 특별한 예외일지 앞으로도 계속될 구조적 변화인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하느님 백성의 대다수인 신자들이 함께하지 않는다면 세상에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는 교회 공동체의 사명이 제대로 실현되기란 어려울 것입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신자들이 세상에서 예수님 부활과 생명의 증인이 되고 살아 계신 하느님의 표지가 되는 ‘세상의 혼’이 되어야 한다고 그 소명을 밝혔습니다.(교회헌장 38항) 그리스도의 몸을 모시고 세상에 파견되는 신자의 소명을 기억하는 평신도 주일을 맞아, 우리의 신원의식을 명확하게 드러낼 적합한 용어를 다양하게 제안해보면 좋겠습니다.
이미영 발비나
우리신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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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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