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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한담] 만남을 위하여 / 공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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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 나는 서울로 간다, 사형수 미사에 참례하기 위해서이다. 2003년 가을 서울 구치소 미사에 참례한 것을 시작으로 이 봉사를 시작한지도 벌써 20년이 넘어간다. 그동안 정권이 다섯 번 바뀌었고 정권의 보수, 진보 여부가 각 수용자 한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도 충분히 보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굳게 닫힌 구치소 문이 다시 열린지도 벌써 일 년이 다 되어간다. 구치소에 가기 전날 장을 보아서 가장 간단한 샌드위치와 떡 그리고 음료수를 준비하고 나는 길을 떠났다. 이번 달에는 몇 개월 만에 한 사형수를 만났다. 복음 나눔 시간에 내가 입을 열었다.

“그동안 어렵게 시작한 기도도 잘 안하고 성경 쓰기도 중단했지요?”

그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아느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냥 보여요. 눈빛은 지난번에 비해 많이 산만하고 심지어 몸에도 냄새가 나요.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으셨잖아요. 솔직히 나 여기 오는 거 힘들어요. 새벽 4시에 일어나 깜깜할 때 산골의 집을 나서요. 4시간 운전해서 이곳에 왔다가 4시간 운전해서 다시 돌아가요. 나는 우리가 약속한 이 만남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 전날부터 늦잠을 자지 않으려고 긴장합니다. 이것도 만남인데 그쪽도 내게 예의를 갖추어 주었으면 좋겠어요. 몸을 깨끗이 하고 성경도 좀 읽어오고요. 그건 위선이 아니라 우리 만남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요?”

그는 그날 음식을 먹지 못했다. 조금 미안해진 내가 드시라고 하자, 기어드는 목소리로 “너무 야단맞아서 주눅이 들어서 그래요” 했다.

가끔 “왜 사형수를 만나요?”하는 질문을 받는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취재차 들렀다가 내 목적 이루었으니 그만 안녕, 할 수가 없어서 우물쭈물 했던 게 20년”이라는 대답이 가장 정확할 것이다. 하지만 다른 이야기도 있다. 그건 예수님이 우리 생애를 통틀어 내준 시험문제를 풀기 위해서였다. “너희는 ‘내가 굶주릴 때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마를 때 마실 것을 주었고 나그네 되었을 때 맞아주었으며 헐벗었을 때 입을 것을 주었고 감옥에 있을 때 찾아 주었다’라는 예수님의 말이 나의 인생과 어떤 관계인지 쓰라.”

예수님은 그것을 오픈 북으로 풀어도 좋다고 했고 답까지 훤히 남겨놓았다.

돌아오는 길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음 달 이곳을 방문할 때는 대림이겠다. 구세주를 기다리는 시기, 사형수에게 따끔하게 한 말을 스스로에게 다시 물어보았다. 그분과의 만남을 준비하기 위해 나는 무엇을 했나. 살면서 혹은 죽어서라도 반드시 신 앞에 선다는 것을 믿는다면 그때를 위해 너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얼마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한 연예인이 있었다. 그는 회당 2억을 받는다고 했다. 한 달에 8회가 방영될 때 그의 수입을 계산해 볼 필요도 없으리라. 그 기사에 달린 베스트 댓글은 이랬다. ‘당신이 약을 사는 대신 단 1라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기부했다면 당신은 이런 지경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세상에는 회당 2억을 받는 사람 대신 한 시간에 만 원을 벌지 못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그런 사람은 약을 하는 대신 이런 글을 남긴다.

“가난하고 삶이 힘겨울 때 내가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확신이었다.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길을 걸어야만 아름다운 세상이 열린다는 것을. 가난하다고 책을 사지 않으면 더 가난해진다는 것을, 삶이 힘겨워 음악을 사치라고 여기면 다시는 일어서지 못한다는 것을.”

구세주는 누구일까. 어느 사람에게 해 준 것이 그분에게 해 준 것일까, 누구의 벗이 되는 것이 그분의 벗일까.
공지영 마리아(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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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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