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주인이 누구냐’는 질문에 ‘청년’이 아닌 ‘노인’이라고 대답하면 어떨까. 대부분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지을 터다. 우습거나 황당하게 여기는 이도 있으리라. 그들에게 이렇게 되묻고 싶다. ‘주인 의식이 없는 주인이 과연 존재할 수 있느냐’라고. 지난 10월 13~20일 일본에서 열린 ‘한일탈핵평화순례’를 취재하면서 든 생각이다. 인류와 공동의 집 지구의 남은 시간을 조금이라도 늘리고자 힘쓰는 이들은 청년이 아닌 노인이었기 때문이다.
12년 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은 결코 지울 수 없는, 지금도 아물지 않는 상처를 안고 살고 있다. 체르노빌 핵사고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인류 최악의 핵사고인 후쿠시마 핵사고다. 여기에 최근 오염수 투기까지 더해 일본뿐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의 미래는 불안하고 위험한 상황에 부닥쳤다. 이에 대해 가장 걱정과 근심이 클 세대는 누구일까. 당연히 살 날이 긴 청년들이다. 그러나 현지에서 만난 탈핵·활동가 청년 가운데 청년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백발이 성성한 노익장들만이 서로 독려하고 응원하며 수십 년 동안 기나긴 투쟁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미 황혼기에 접어든 이들을 지금도 정력적으로 활동하게 하는 동력은 자신의 안위가 아니었다. 바로 미래 세대가 생존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기 위한 마음이었다. 이런 아이러니를 지적하자 활동가들은 “청년들도 어려운 상황일 것으로 이해한다”며 쓴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이런 사태가 비단 일본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팻말을 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의 연령대를 보면 우리 형편도 크게 다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순서에 따라 손에 주어진다고, 앞으로 머물 시간이 더 길다는 이유만으로 주인이라고 해야 할까. 미래에 대해 강한 주인의식을 갖고 실천과 행동으로 옮기는 이들이 주인이 바로 아닐까. 언제까지 미래를 의탁해야 할지 스스로 반성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