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하신 말씀을 잊지 못합니다. “하느님이 창조하신 이 세상은 또 하나의 성스러운 책과 같아서, 책 안에 있는 문자들은 우주에 있는 무수한 피조물입니다.”(2002년 1월 30일, 교황청 일반 알현)
문자 하나하나가 없으면 책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세상 모든 피조물은 하느님의 책에 있는 소중한 문자 하나하나입니다. 문자가 서로 조화와 균형을 상실하면 책은 그 생명력과 활기를 잃고 맙니다. 피조물 하나하나가 조화를 이루어야 하느님의 책은 아름답고 찬란하게 그 존재가치를 드러냅니다.
이를 위해 모든 피조물과 화해하고 보살피면서 하느님의 선물을 지키는 청지기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은 오늘날 그리스도인의 절박한 임무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2013년 3월 19일 즉위 미사 강론에서 “우리 삶에서 그리스도를 보호합시다! 그렇게 할 때 우리는 다른 이들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피조물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리스도를 보호하고, 이웃과 피조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삶을 냉철하게 점검하며 우리가 어떤 일을 우선적으로 해야하고, 어떤 일은 결코 하지 않음으로써 하느님의 피조물을 제대로 섬기며 함께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교회는 오래전부터 하느님의 피조물을 보살피는 소명에 대해 강조해 왔습니다.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는 지난 2005년 1월 28일 「환경 문제와 그리스도인의 생활」에서 당시 환경문제에 대해 아래의 내용과 같이 경고했습니다. “노먼 마이어스(N. Meyers)는 「침몰하는 방주」(1979년)에서 해마다 4만여 종의 생물 종이 사라지고 있으며, 2000년까지 100만 종이 멸종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또 미국의 스미소니언 박물관의 토머스 로버트(T. Roberts)는 적어도 2000년까지 모든 생물의 15?20가 멸종할 것이라고 했다.”
이같은 문제는 이후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도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아니, 더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먼저 생활 쓰레기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1인당 연간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량은 61.97kg입니다. 이는 1명이 연간 88.2kg을 사용하는 벨기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치입니다. 대만, 이스라엘, 체코 등이 한국의 뒤를 이었습니다. 비닐봉지 사용량도 만만치 않습니다. 자원순환사회연대는 2015년 기준, 한국에서 약 216억 개의 비닐봉지가 사용돼 국민 한 명이 1년 동안 420개의 비닐을 사용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루 평균 1.15개를 쓰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는 과연 어디로 가고 있을까요?
글 _ 이용훈 주교 (마티아, 수원교구장)
1979년 3월 가톨릭대학교를 졸업하고 사제품을 받았다. 1988년 로마 라테라노 대학교 성 알폰소 대학원에서 윤리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003년 주교로 서품되었다. 저서로는 「그리스도교와 자본주의」, 「삶에 대한 이야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