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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천박한 선택을 이길 수 있는 힘 / 민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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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일회용품 규제를 ‘합리화’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11월 24일로 예정된 1회용품 사용 제한 정책을 시행하기에 앞서 사실상 철회한 것이다.

비닐봉투 사용에 대한 과태료 부과·단속과 종이컵 사용 규제를 하지 않기로 했고, 플라스틱 빨대 사용 계도기간도 연장했다. 환경부는 “소상공인 부담을 완화하고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당장의 편익을 위해 자연을 훼손하는 방법을 선택한 결과는 어떤 모습일까? 값싸고 효율이 높다고 알려진 핵발전에 50여 년 전부터 투자를 시작한 일본. 동일본대지진으로 후쿠시마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나기 전과 후 일본인의 삶은 크게 달라졌다. 지진으로 망가진 마을은 복구됐지만, 핵발전소에서 흘러나온 방사성 물질로 사람들의 삶은 복구되지 못했다.

아름다운 자연을 뽐냈던 후쿠시마현 후타바정에서는 사고 이후 주민의 10도 돌아오지 않았다. 과일과 꽃이 자랐을 땅에는 사람 키만큼 잡초가 자랐고 대부분 빈집인 마을에는 정적만 남았다. 마을을 감싸고 있는 바다는 벽에 걸린 그림처럼 바라만 봐야 하는 존재가 됐다. 인간에 의해 파괴된 자연은 더 이상 인간의 벗이 아니었다.

1회용품 사용이 조금 늘어난다고 죽음의 땅을 연상시키는 것은 비약일까? 산업화 이전보다 1.5℃ 뜨거워진 지구가 일으키고 있는 전 세계적 재난들은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누군가가 “즉각적인 이윤만을 위해 자연을 훼손하는 방법을 만들어내는 존엄과 창의력이 모자라는 천박한 일”(「찬미받으소서」 192항)을 선택했다면 그리스도를 따르는 우리는 “관대하고 품위있는 창의력”(211항)을 택해야 한다.

민경화 루치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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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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