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받는 날의 기억을 떠올려 보십시오. 혹시 그날 기분이 우울하거나, 꿀꿀하셨나요? 아마도 그런 분은 없으셨을 것입니다. 기분이 좋으셨을 것입니다. 우리는 왜 그날, 기분이 좋았을까요.
영혼이 기뻐하기 때문입니다. 세례받는 그 순간 영혼이 하느님의 자녀가 됐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세례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가 되고, 하느님의 나라를 상속받게 되었다는 사실을 영혼이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설레고 기쁜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세례를 통해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선물을 받습니다. 그렇다면, 먹고 땡? 하느님은 우리를 자녀로 삼으시는 그 순간부터 끝없이 충실하십니다. 우리를 완성의 자리에 데려다 놓을 때까지 하느님은 우리에게서 손을 떼지 않으십니다. 그렇게 충실하십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하느님 나라라는 엄청난 선물을 무상으로 받은 우리는 과연 어떤 응답을 해야 할까요. 효도입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아버지이십니다. 우리의 부모님입니다. 그래서 잘 모셔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느님을 잘 모시는 것일까요.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한 효도일까요.
진정한 효도는 무엇일까요. 부모님께 해 드릴 수 있는 최상의 효도는 바로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리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아파트를 사 드리고, 좋은 차를 사 드려도 부모님을 슬프게 해 드린다면 그것은 진정한 효도가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부모님이 가장 기쁘실까요. 바로 내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입니다. 내가 출세를 하더라도, 내가 돈을 많이 벌더라도, 내가 행복하지 않다면 부모님은 기쁘지 않으실 것입니다. 내가 행복할 때 부모님은 가장 기뻐하십니다.
내가 행복하게 사는 것, 이것이 바로 진정한 효도입니다. 저 또한 부모님께서 가끔 전화를 걸으셔서 이렇게 물으십니다. “안 신부, 요즘 어떻게 살아? 잘 지내?” 그러면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네. 요즘 저 아주 행복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그러면 부모님은 행복해 하십니다.
하느님 아버지께 대한 효도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께 효도하려면,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리려면, 내가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내가 기쁘면 하느님도 기쁘고, 내가 행복하면 하느님도 행복해 하십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자녀로서 효도를 해야 하는 우리는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행복하게 살아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여기에 효도의 방법을 하나 더 첨부하자면, 연락을 자주 드리는 것입니다. 부모님은 자녀가 자주 연락을 하면 기뻐하십니다. 시골의 부모님이 농사지은 것을 보내주셨을 때, “고마워 엄마” “고생했겠네 엄마. 잘 먹을게”라고 전화를 해야 합니다. 보낸 물건을 받았는지, 혹은 받지 못했는지 연락이 없다면 얼마나 서운해 하시겠습니까.
하느님께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으로부터 엄청난 선물을 무한대로 받고 있습니다. 이런 선물을 받을 때마다 자주 연락해야 합니다. 여기서 연락하는 방법이 바로 감사의 기도를 바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하느님께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큰 감사를 표하는 것일까요? 감사 기도의 완성은 무엇일까요. 미사입니다. 미사는 또 다른 말로 감사의 제사라고 합니다. 성찬의 전례는 라틴어로 ‘리뚜르지아 에우카리스티카’(liturgia Eucharistica)라고 하는데, 이는 ‘감사의 제사’라는 뜻입니다. 미사 전례에선 감사하다는 말이 많이 나옵니다. 우리가 미사에 참례하는 것은 감사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미사에 참례하면 하느님은 기뻐하십니다. 자꾸 고맙다고하면 더 주십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예수님의 세례에 대해 묵상해 보았습니다. 그래서 우리 각자가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하느님은 어떤 분이신지,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릴 수 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