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가장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아침에 집을 나서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와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은. 누군가는 그런 일상이 무료하다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토록 간절한 바람이 아니었을까.
그렇기에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모두가 잠든 저녁, 방에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 내일은 또 어떤 새로운 일이 일어날까에 대한 기대보다, 오늘 하루를 무사히 잘 보낼 수 있었음을 생각하는 일, 또 내일 하루도 무사히 보내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일 말이다.
지난 8월 하청업체 일용직으로 일하던 강보경씨는 부산시 연제구 DL이앤씨 아파트 공사 현장 6층 높이에서 거실 창문 교체 작업 중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 어떠한 안전장치도 없었다. 강씨는 대학원 박사과정을 밟으며 생활비와 학비를 벌기 위해 그날 일터에 처음 나온 29살 청년이었다. 하루아침에 아들과 동생을 잃은 강씨의 가족은 그가 세상을 떠난 날 웃음을 잃어버렸다. 강씨의 어머니와 누나는 이 겨울 DL이앤씨 본사 앞 거리에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며 간절히 외치고 있다. “지금이라도 죄송하다고 하세요. 꼭 부탁드립니다.” 강씨의 어머니가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DL이앤씨(구 대림산업) 본사 앞에서는 강보경씨 추모 미사가 봉헌됐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가 봉헌한 이날 미사에서는 2021년부터 올해까지 DL이앤씨 건설 현장에서 숨진 노동자 7명도 함께 추모하고 기억했다.
일터에서의 죽음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외치지만, 상황은 달라진 게 없다. 오히려 악화할 뿐이다. 노동사목위원장 김시몬 신부의 강론이 마음에 남는다. “다녀올게. 일하러 가면서 우리가 하는 말, 아시나요? 이 말을 끝내 지키지 못하는, 일터에 갔다가 집에 돌아오지 못하는 산재사망 노동자 수가 하루에 예닐곱 명, 1년에 2000여 명이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