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火葬)과 수목장(樹木葬)이 교리에 어긋날까? 산이나 바다에 유골을 뿌리는 행위는 허용될까?
지난해 우리나라 화장률은 90를 넘을만큼 화장이 보편화되고 있다. 하지만 ‘육신의 부활’을 믿는 많은 신앙인들은 여전히 ‘화장이 맞는 것인가?’하는 의문을 품기도 한다. 세상을 떠난 이들을 기억하는 위령 성월이면 더욱 관심이 가는 부분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직후 교황청 검사성(현 신앙교리부)은 이미 “의도적으로 가톨릭교회를 반대하는 경우가 아니면 그 지방풍속에 따라 화장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신앙교리부는 2016년 훈령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기 위하여」를 재차 발표, “그리스도교 교리에 어긋나는 이유들(육신의 부활을 부정하는 것 등)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면, 화장을 금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주교회의는 곧바로 현실을 반영해 ‘훈령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기 위하여」의 한국 교회 적용 지침’(이하 지침)을 마련, ‘산골에 대한 질의응답 자료’ 리플릿을 만들었다. 올해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에서도 화장 납골과 자연장에 대한 신자들의 의견이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다시 지침을 각 교구에 배포하며 교구장 주교의 재량에 맡겼다.
다시 말해 교회는 매장을 가장 장려하지만, 화장과 수목장도 가능하다고 가르친다. 화장은 영혼에 영향을 주지 않고, 하느님께서 죽은 이의 육신을 새로운 생명으로 되살리시는 것을 막지 못하기 때문이다. 화장 자체는 영혼 불멸과 육신의 부활 교리에 어긋나지 않는다.
다만, 화장을 택할 경우 유골은 집에서 보관할 수 없고 거룩한 장소, 곧 묘지나 교회의 관할 권위가 지정한 장소에 보존해야 한다. 또 유골을 유골함에 보관하지 않고, 기념물이나 장신구, 다른 물건에 보관해서도 안 된다. 유골에 대한 존중을 지키고, 미신적 관습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세례받은 모든 이가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한다는 ‘모든 성인의 통공’을 표현하는 차원에서 비석이나 이름표를 비치해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반면, 훈령은 ‘유골을 공중이나 땅이나 바다 또는 다른 어떤 장소에 뿌리는 행위’(7항)인 산골(散骨)을 금지하고 있다. 초월적인 하느님을 부정하고 세상과 신의 동일성을 주장하는 ‘범신론’적 사고에 입각한다는 차원에서다. 지침은 유골을 공중이나 산, 바다 등에 뿌림으로써 다시 볼 수도, 찾을 수도 없게 만드는 산골 행위는 하느님을 세상 안에만 계시는 분으로 축소할 여지가 있다고 우려한다. 아울러 세상이 덧없어 유골을 버린다는 ‘허무주의’적 차원에서도 산골을 허용하지 않는다.
수목장을 포함한 자연장은 직접적인 산골 행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유골을 함에 담아 지정된 수목 주위에 묻는 것이기에 매장으로도 볼 수 있다. 묘지 안에서 매장이 이뤄지고, 나무에 세상을 떠난 이의 이름을 표시해 추모의 장소로 규정된다면 교리에 어긋나지 않는다. 다만 자연장도 산골 형태로 이뤄지면 그리스도교 장례 정신에 부합되기 어렵다고 지침은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