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희소병을 앓는 영국 아기, 인디 그레고리가 영국 법원 판결에 따라 생명 유지 장치가 제거돼 세상을 떠났습니다.
교황청 병원에서 치료를 돕겠다고 나섰고, 이탈리아 정부도 긴급하게 시민권을 부여했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아이의 아버지는 "존엄성을 빼앗겼다"고 비판했습니다.
맹현균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영국의 아기 인디 그레고리는 희소병을 앓았습니다.
그레고리는 태어나자마자 병원에서 집중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병원은 지난 9월 불치병 판정을 내리고, 연명 치료 중단을 권고했습니다.
아기의 부모는 생명을 포기할 수 없다면서 병원을 상대로 법적 투쟁을 했습니다.
하지만 영국 법원은 치료 가능성이 없다며, 병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 소식은 교황청에 닿았고 교황청이 운영하는 밤비노 제수 아동병원이 그레고리의 치료를 돕겠다고 나섰습니다.
이탈리아 정부도 그레고리를 이송하기 위해 긴급하게 그레고리에게 시민권을 부여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디 그레고리의 가족과 함께하며, 아이를 위해 기도하겠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0일 그레고리를 이송하는 건 아기에게 최선의 이익이 아니라며 연명 치료 중단을 판결했습니다.
결국 생명 유지 장치가 제거됐고, 그레고리는 지난 13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레고리의 아버지는 입장문을 통해 "화가 나고 가슴 아프고 부끄럽다"며 "법원은 인디가 더 오래 살 기회와 원래 살던 가정에서 죽음을 맞이할 존엄성도 빼앗았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레고리의 사례는 연명치료 논쟁을 불렀던 2018년 23개월 된 영국 알피 에반스 사안과 비슷합니다.
당시에도 영국 법원은 에반스의 이송을 허용하지 않았고, 에반스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교황은 당시 에반스의 사연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처음부터 자연적인 끝까지 생명의 유일한 소유자는 하느님이십니다. 우리 의무는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일을 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CPBC 맹현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