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를 탈출하여 갈대바다를 건너 광야로 들어갑니다. 이것은 이스라엘 역사 속에서 가장 큰 기적이었습니다. 모세와 이스라엘 자손들은 이 기적을 이끄신 하느님의 업적을 기리며 주님께 노래를 불러드립니다.(모세의 노래, 탈출 15,1-18) 이 노래는 파스카 성야 전례 때 장엄하게 퍼지며 우리 마음 속에 구원의 찬가로 기억될 것입니다.
“나는 주님께 노래하리라. 그지없이 높으신 분, 말과 기병을 바다에 처넣으셨네. 주님은 나의 힘, 나의 굳셈. 나에게 구원이 되어 주셨다.”(탈출 15,1-2)
그러나 이 주님께 대한 찬가의 여운이 채 가시지도 않을 때, 광야에 들어선 백성은 불평하기 시작합니다.(탈출 15,24) 불평의 이유는 광야 생활의 목마름 때문이었습니다. 더 나아가 이집트의 삶을 그리워하면서 다음과 같이 불평합니다. “아, 우리가 고기 냄비 곁에 앉아 빵을 배불리 먹던 그때, 이집트 땅에서 주님의 손에 죽었더라면!”(탈출 16,3)
성경은 분명,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에서 강제 노역에 시달렸고, 그들의 고통과 신음을 하느님께서 들으셨다고 증언합니다.(탈출 2,23-25) 그러나 광야에 들어선 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의 삶을 추억합니다. 강제노역의 고통에 시달렸던 이집트의 삶이었는데, 어째서 그들은 그곳의 삶을 그리워할까요? 그것은 이집트 제국이 주었던 물질적인 풍요로움 때문이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억압 속에서 노역의 삶을 살았지만, 이집트 제국이 주는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즉, 부유함은 있었지만, 자유는 없었습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결국 이스라엘 백성의 이집트 탈출은 부유함을 뒤로한 채 걸었던 자유를 향한 여정이었습니다. 그들은 불평 속에서 이집트 삶의 부유함을 그리워하기도 했지만, 모세의 중재와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자유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갑니다. 그들은 마라와 르피딤을 지나 시나이산에 도착했고, 시나이산에서 모세의 중재 아래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듣게 됩니다.
“주님께서는 시나이 산 위로, 그 산 봉우리로 내려오셨다. 그때 하느님께서 이 모든 말씀을 하셨다.”(탈출 19, 20; 20,1)
그리고 그 말씀이 적힌 계약의 책을 두 손에 받아 안고 매일의 삶 속에서 하느님 말씀을 읽고 들을 수 있는 기쁨을 누리게 됩니다.(탈출 24,3-8) 어쩌면 그들은 그때까지 자신들이 자유를 향해 걷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 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나이 산에 머물며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것만이 진정한 자유의 삶임을 깨닫고, 자신들이 걸었던 길이 자유를 향한 여정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먼 훗날, 말씀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은 말씀 안에 진정한 자유가 있음을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요한 14,6)
아버지의 말씀이 진리입니다.(요한 17,17)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요한 8,32)
자유(해방)의 여정이었던 이집트 탈출의 첫출발은 부유함을 내려놓는 일이었고, 그 여정의 마지막은 말씀을 만나는 일이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말씀 안에서 그리스도를 만나고 그 안에서 자유를 찾을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