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30명이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의원들은 민주당이 지금 당장 선거제 개편을 즉각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양당제의 폐해를 극복하고 다당제가 기초인 선거제, 일명 연동형 선거제로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당제 위에서 민주당이 선거연합의 맏형이 되자고 했습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은 직까지 걸고 선거제 개편에 나선다고 했습니다. 지난 14일 cpbc 시사프로그램 ‘김혜영의 뉴스공감’에 출연한 이 의원은 지금의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라고 했습니다. 지금 양당제 기반위에 있는 선거제도가 모든 정치 문제의 출발점이라고 했습니다. 공동선을 위한 정책이나 논의가 아니라 상대방을 혐오와 깍아내리는 것만으로도 당선이 가능한 구조가 지금의 선거제도라고 했습니다. 반사이익 구조는 썩은 그릇이라며 섞은 그릇에 물 부어봤자 또 물은 썩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새물을 주기보다 그릇을 깨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5개월여 앞두고 있지만 선거제 개편은 발전이 없습니다. 선거제 개편 논의의 중심인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개점 휴업 상태입니다. 이미 마무리 지었어야 할 선거 제도 개편 법정 시한은 한참 넘어섰습니다. 사실상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다음달 12일 총선 예비 후보자 등록일을 앞두고 국회의원들의 마음은 본업이 아닌 콩밭에 가있습니다.
무엇보다 민주당의 태도가 어정쩡합니다. 말로는 정치개혁을 외치지만 양당제가 주는 기득권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양당제 기반의 선거제도에서 거대 양당은 2등을 보장받습니다. 선거에서 이기면 좋지만 져도 2등입니다. 아무리 선거에서 패배해도 5,6등의 소수당이 될 수 없습니다. 국민의힘이 실수하기를 기다리면 다음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생산적인 논의가 아니라 비난과 혐오만 하고 있으면 됩니다. 이 기득권을 민주당이 놓치 못합니다. 다당제 기반의 연동형 선거제도는 이재명 민주당대표의 대통령 후보 선거공약이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68석의 민주당을 향해 기자회견을 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 우리 정치는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정치입니다. 상대당을 증오하고 혐오하여 악마로 만들면 선거에서 승리 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거기에 국민들은 양쪽으로 갈라지며 강성 지지층의 욕설이 난무합니다. 더욱이 이런 악마화가 우리에게 아찔하게 다가오는 것은 상대방을 악마로 부르는 자신도 어느새 악마가 되어간다는 것입니다.
“악마와 모든 마귀는 하느님께서 본래 선하게 창조하셨지만 그들 스스로 악하게 되었다.”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타락천사로 불리는 사탄 또는 악마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곧 내가 악마가 될지 천사가 될지는 누구의 선택도 아닌 나의 선택이라는 것입니다. 다시말해, 정치를 악마로 만들지 천사로 만들지는 지금으로선 거대 양당의 선택에 달렸있습니다. 누구보다 민주당의 선택이 중요합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어떻게 정치는 타락천사가 되었나>입니다. 다가오는 총선은 최악을 피해야 하는 선거가 아니라 최선을 선택하는 선거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