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린 시절 어떤 부모를 만나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가 인성 형성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온전히 받아주고 안아주는 어머니를 만나게 되면, 아이는 자신을 충분히 사랑받는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 자신의 부족함이 있더라도 온전히 수용 받았기에 아이는 건강한 ‘참 자기’(true self)를 형성해 나간다.
하지만 엄마의 사랑을 충분히 느끼지 못한 아이는 그 결핍을 채우기 위한 고난의 여정을 시작한다. 자신이 사랑받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아이는 자신의 단점이나 약점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려고 한다. 반면, 자신의 장점이나 강점은 사랑받을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라고 생각하여 과장하거나 드러내려고 한다. 이러한 마음의 변화는 사랑받기 위해 진정한 자신이 아닌 타인이 원하는 자신, 즉 ‘거짓 자기’(false self)를 형성해 나간다.
1976년부터 1년간, 지금은 사라진 TBC 방송에서 ‘엄마찾아 삼만리’라는 총 52편의 애니메이션을 즐겨보았던 기억이 난다. 주인공 마르코는 1880년 경 이탈리아 항구 제노바에서 가계 일을 돕고 있는 9세 소년이다. 마르코의 어머니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머나먼 남미 아르헨티나로 돈을 벌기 위해 떠났다. 하지만 엄마가 보내준 편지와 돈이 끊어지고 생사를 알 수 없게 되자 마르코는 엄마를 찾아 머나먼 여정에 오른다.
마르코는 우여곡절 끝에 부에노스아이레스, 바이아블랑카, 로사리오를 거쳐 오지인 콜도바까지 여행을 했지만 결국 엄마를 만나지 못해 절망하게 된다. 바로 그때, 목적지도 없이 헤매는 마르코에게 가난한 인디오 소년 파브로가 나타나 묵을 곳을 제공해 준다. 파브로에게 도움을 받은 마르코는 이때 그 은혜를 갚아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된다. 파브로의 여동생 파오나가 치료비가 없어 열병에 누워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르코는 고민 끝에 자신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기차표 한 장을 팔아 파오나를 치료해준다. 아홉 살 소년에게 이 승차권은 자신이 가진 전부였으며 엄마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하지만 마르코는 엄마를 만나고 싶은 마음을 포기하고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자신을 희생하여 생명을 살린 마르코의 행동은 하늘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마르코는 그토록 보고 싶은 엄마를 천신만고 끝에 만나게 된다. 엄마는 이미 죽음에 이르는 병을 얻어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사랑하는 아들을 만나게 되자 다시 힘을 얻게 된 엄마 안나는 용기를 내어 수술을 받기로 결심하고 결국 건강을 회복하게 된다. 마침내 제노바로 돌아오는 배에서 엄마와 함께 행복한 미소를 짓는 마르코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이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마르코의 여정은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다. 마르코가 엄마를 찾아 떠난 여행은 잃어버린 사랑을 찾아 떠나는 우리의 인생과 연결된다. 마르코의 험난한 여행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처럼 사랑을 얻기 위한 여정은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있음을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사랑받고 싶은 사람은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파오나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한 마르코처럼,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온전히 내어놓는 사랑은 결국 진정한 사랑을 얻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일 것이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얻을 것이다.”(마태 16,24-25)
글 _ 박현민 신부 (베드로, 영성심리학자, 성필립보생태마을 부관장)
미국 시카고 대학에서 사목 상담 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상담심리학회, 한국상담전문가연합회에서 각각 상담 심리 전문가(상담 심리사 1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일상생활과 신앙생활이 분리되지 않고 통합되는 전인적인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현재 성필립보생태마을에서 상담자의 복음화, 상담의 복음화, 상담을 통한 복음화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 「상담의 지혜」, 역서로 「부부를 위한 심리 치료 계획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