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다 보면 다소 불편한 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세상의 눈으로 보면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포도나무에 붙어 있는 가지는 포도나무를 가꾸는 아버지가 하시는 것에 따라 움직여야 합니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귀농과 관련한 프로그램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한 사람이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으로 귀농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프로그램을 본 사람들은 아마 이렇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저 사람은 참 좋겠다.’ ‘나도 저렇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 사람이 부럽다.’
그런데 대부분 이렇게 생각에 그치고 맙니다. 하지만 그중 몇몇 사람은 실제로 귀농을 결심하고, 실행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바라보기만 하고 생각만 하는데, 어떤 사람은 실행에 옮깁니다. 신앙생활에도 실행으로 옮기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그냥 생각만 하고 있다면 행복한 삶은 요원할 것입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많은 사람 가운데 뽑아 세운 사람들입니다. 우리를 왜 뽑으셨을까요? 우리만 잘 살라고 뽑은 것일까요? 아닙니다. 뽑힌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미션이 주어집니다. 뽑힌 사람 각자에게는 예외 없이 사명이 주어집니다. 그렇다면 뽑힌 사람들이 받는 사명은 어떤 것일까요? 하느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세상에 파견하셨던 바로 그 사명입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복음을 선포하고, 그들이 복음 말씀을 받아들여서 회개하고, 새로운 삶을 살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새로운 삶을 사는 이들이 늘어날 때, 하느님은 더욱 영광을 받으실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의 사명, 우리 각자가 가지고 있는 사명입니다. 같은 사명을 가지고 있기에, 우리는 예수님의 제자가 될 수 있습니다.
포도나무에 붙어 있는 가지는 나무와 같은 존재입니다. 포도나무와 가지는 떨어질 수 없습니다. 일심동체(一心同體)입니다. 우리 각자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는 가지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을 때, 포도나무의 사명, 포도나무의 일을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었다는 영적인 확신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그리스도의 삶을 따라 살 수 있습니다. 그래야 세상 사람들에게 확고하게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하고 선포할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주신 사명은 과연 무엇일까요? 우리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는 가지라면 그 사명을 온몸으로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글 _ 정치우 (안드레아, 복음화학교 설립자) 정치우는 ‘복음화’라는 말조차 생소했던 1990년대 초, ‘세계 복음화 2000년’이라는 화두를 한국 교회에 던졌다. 가톨릭 평화방송 TV에 출연, ‘정치우의 TV 복음화학교’라는 제목으로 48개의 강의를 진행했으며, 가톨릭신문과 가톨릭평화신문에 연재를 하는 등, 저술 활동에도 매진하고 있다. 저서로는 「길이 있어 걸어갑니다」, 「위대한 기적」, 「위기의 대안으로서의 평신도 영성」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