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교구 사목연구소에서 최근 발간한 사목자료 시리즈 첫 주제가 ‘성직주의’다. 성직주의에 관한 교회 구성원들의 허심탄회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평신도가 스스로 성직주의를 강화한다’는 내용이 눈길을 끌었다. 이는 평신도의 계급화를 지적하면서도 사제를 대하는 평신도의 태도를 꼬집는다.
책 속에서 한 사제는 “주임신부로 부임해 이전까지 해오던 전례 방식이라던가 사무실 행정에 대해 ‘왜 그렇게 해 왔는지’ 알고 싶어 순수한 질문을 하면, 이는 ‘새로운 주임신부는 이전 방식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단정적 사실이 된다”고 말했다. 그 즉시 신자들은 이전까지 잘 해오던 일을 멈추고 ‘새 지침’을 기다린다는 것이다.
이는 성직주의를 성직자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편견을 뒤흔든다. 생각해 보니 나조차도 그랬다. 청년 활동을 할 때 신부님께 내 의견을 정성껏 말하고는 늘 끝에는 “그렇지만 신부님 뜻대로 하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누군가 건설적인 의견을 내더라도 ‘신부님이 불편해 할 이야기이기 때문에’ 내 선에서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사제를 평신도보다 우월하게 여기며 내 존재를 낮췄고, 또 다른 평신도에겐 ‘젊은 꼰대’가 됐다.
교회 안에는 신학생 시절부터 성직주의에 물들어 있던 사제도 많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제들 앞에서도 스스로 조아리는 평신도의 태도가 성직주의를 조장하는 큰 원인이 아닌지 진지하게 성찰해 볼 때다. 성직자만 교회의 주인이 아니다. 모든 하느님 백성이 자신과 타인의 신원을 존중하며 주인 의식을 갖고 교회 활동에 참여할 때, 바른 경청과 상호작용이 이뤄지며 교회가 변화할 시작점이 마련되는 게 아닐까?
염지유 로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