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교회 주교단은 10일 발표한 성명에서 “높은 생활비가 가난한 이들의 목숨까지 위협하고 있다”며 “고물가로 인한 영향을 완화하고 국민들의 부담을 덜어줄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회가 나서 우려를 전할 만큼 최근 케냐의 인플레이션 상황은 말 그대로 ‘살인적인’ 수준이다. 지난 6월 기준 케냐의 연평균 물가 상승률은 8.7에 달한다. 지난해 9~10월에는 한 달간 물가 상승률이 9를 넘기도 했다. 같은 기간 식료품과 연료 가격 인상률은 각각 13.5, 12.3로 두자릿수에 달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침체와 이상 기후로 인한 가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급망 붕괴 등이 꼽힌다. 여기에 케냐 정부는 세수 부족을 이유로 세금(7월 부가가치세 8→16)을 올리고 전기 요금과 신분증 발급 수수료 인상을 추진하는 등 공공요금 전면 인상에 나서면서 물가 상승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장기간의 경제난으로 인해 쌓인 부채가 재정 수입을 초과하는 상황에 이르면서 케냐 정부에 부담을 주고 있는 탓이다.
정부가 진퇴양난에 빠진 사이 정국은 혼란에 빠졌다. 전국 곳곳에서는 고물가를 견디다 못한 시민들이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8월 케냐의 항구도시 몸바사에서는 한 청년이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분신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혼란으로 인한 피해는 가난한 이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케냐 교회는 “가난한 이들은 코로나19와 장기간의 가뭄으로 고통을 치렀지만, 여기에 고물가가 겹치면서 다시 한 번 생명을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지금 상황은 개인과 사회의 성장 기회를 제한하는 것은 물론, 복지와 교육 등 전반에 영향을 끼쳐 빈곤의 악순환을 영속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케냐 교회는 고물가 해결을 위한 초당적인 대화와 협력을 제안했다. 케냐 교회는 “생활비 상승의 원인이 유가 상승과 전쟁 등 외부 요인에 있다는 점은 이해하나, 정부의 정책이 가난한 이들을 더욱 괴롭히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라며 “가난한 이들의 삶을 위협하는 증세 정책을 재고하고, 종교와 정치 성향을 막론한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