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당국의 날 선 대립 속 국민들의 불안과 적대감도 극에 달하고 있다. 대화와 인적, 물적 교류가 사라진 남북 관계 제로시대에 교회가 다시 한 번 ‘화해와 평화’를 얘기했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대주교)는 18일 가톨릭대 성신교정 진리관에서 ‘한반도 화해와 평화에 이르는 길’을 주제로 ‘2023 한반도평화나눔포럼’을 개최했다.
역대 교황들의 회칙과 사회교리를 중심으로 화해와 평화에 대한 교회 가르침을 발제한 박동호(서울대교구) 신부는 “사회교리는 계속해서 계승되고 발전된다”며 “그런 의미에서 시대 징표 탐구가 중요하고, 평화와 화해는 가장 약한 분야와 함께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교회는 과거 ‘정당한 전쟁론’을 옹호했지만, 현대 대량살상무기의 위험성과 정당한 이유라고 내세우는 명분이 정치, 경제적 이윤에 따라 움직이기에 이제는 회의적”이라며 “전쟁은 평화의 실패이고, 특히 핵은 가장 약한 존재인 생태계까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손상시켜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메리앤 러브(미국 가톨릭대) 교수도 “정전론은 전쟁을 피하고 제한하기 위한 도덕적 지침은 제공하지만, 평화를 어떻게 구축하느냐는 다루지 않는다”며 △참여 △회복 △올바른 관계 △화해 △지속가능성 등의 5가지 정의로운 평화 규범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종교인들은 타인을 배려하고 생각하는 사고를 활성화하는데, 이는 핵무기 반대 규범을 확산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사고 유형”이라며 “주교회의 산하 민족화해위원회, DMZ평화순례와 평화교육 프로그램, 북한의 의료 선교사, 주교들의 연대 방북 등은 평화를 준비하도록 하는 훌륭한 예”라고 말했다.
허승훈(리츠메이칸 아시아 태평양대) 교수는 “화해를 향한 첫걸음은 상대방이 같은 사안을 왜 다른 시각으로 보는지 충분히 이해하려는 의지이며, 이를 위해선 적극적인 경청의 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적, 사회적 주체들이 대화 과정에서 이런 방식으로 ‘탱고를 추는’ 경우에만 진정한 화해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선필(베드로) 서강대 신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전투적인 반공주의로부터 한반도 평화 및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향한 인식의 전환을 극적으로 이뤄낸 한국 교회의 민족화해운동 역사를 소개했다. 그는 “하지만 한반도 평화 증진을 위한 한국 교회의 노력은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의 영향력에 비하면 매우 미소해 보인다”며 지속적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해 교회 사명을 펼칠 것을 권했다.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인 정순택 대주교는 총평을 통해 “포럼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특히 교회의 미래인 젊은이들과 함께하는 포럼을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또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에 상황이 허락된다면 북한 청년 일부라도 상징적으로 초대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고, 여러 가지 노력할 부분은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