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는 동백나무를 동박낭이라고 부릅니다.
제주 동백은 수종에 따라 11월부터 3월까지 피는데 애기 동백이 피기 시작하면 귤 수확도 시작되기에 제주 사람들은 바빠지는 시기이기도 하지요. 제주의 토종 동백은 빨갛고 크기가 좀 작은 동백인데 제주 사람들은 동백나무를 방풍림으로 심기도 했고 제주 기후가 동백나무가 자라기 좋은 환경이라 동백나무로만 이루어진 숲도 있습니다.
첫 번째 소개할 곳은 한라산 둘레길 중 4코스인 동백길입니다.
서귀포 자연 휴양림에서 돈내코계곡에 이르는 20킬로미터 구간이 동백나무군락지이며 한국 최대 규모의 동백숲이기도 합니다. 동백나무가 빼곡히 들어선 숲에는 왠지 슬픈 전설 하나쯤 갖고 있을 것 같은 분위기인데 설명글을 읽어보니 4.3사건 때 작은 동굴에서 가족이 몸을 피해 지냈던 곳이 많았다고 하니 깊은 숲이 분명했고 한라산 둘레길로 조성되기 전에는 길도 없이 노루들만 다니던 길이라 길을 잃지 않도록 조심히 다니셔야 합니다.
저는 무오법정사에서 시작하여 편백나무 숲까지 이어진 길을 걸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두 번째 소개할 곳은 신흥2리 동백마을입니다.
300년 이상이 된 쭉 뻗은 동백나무가 방풍림으로 둘러쌓인 동백마을은 빨간 동백꽃과 노란 귤의 색감이 마음을 사로잡는 곳이랍니다.
도시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제주 시내를 벗어나 마을 길을 따라 조용히 걷다 보면 오래된 마을에서 느껴지는 포근함과 향수가 느껴집니다.
동백은 꽃이 질 때 꽃송이 하나가 툭 하고 떨어지는데 바닥에 떨어져서도 한참을 빛을 잃지 않고 있어 빨간 꽃이 흩뿌려진 꽃길을 걷게 됩니다. 꽃길은 수망리까지 이어져 있고 차도가 인접해 있으니 살피면서 조심히 걸으세요.
마지막으로 소개해 드릴 곳은 납읍 금산공원 앞 동백 길입니다.
이곳은 동백나무가 울창하거나 길게 이어져 있는 길은 아니지만, 동백나무 뒤쪽 난대림(아열대기후 또는 열대와 온대기후의 경계지역에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삼림)과 어우러져 겨울에도 푸르름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수종이 다양하고 원시림에 가까워 숲이 울창하고 깊어 보이는데 데크가 잘 깔려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원시림 사이 가끔 보이는 동백꽃을 쉼표 삼아 걷기 좋은 곳이라 소개드립니다.
겨울 찬바람을 버티고 봄이 오면 열매를 내어주는 동백나무를 묵상해 봅니다. 찬바람에 주눅 들지 않고 누가 뭐라 해도 꽃송이를 피워내는 동백나무를 보며 길어지는 사회적 거리 두기와 불안함에서 조금 편안한 마음을 갖게 되길 기도해 봅니다
글 _ 윤주리 (실비아)
7년 전 제주로 이주, 현재 초등 돌봄 교사로 재직하며 신나는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현재 대학에서 상담심리를 전공하고 있다.
삽화 _ 김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