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다섯 명의 한일 주교들의 만남으로 시작한 한일주교교류모임이 올해 25주년을 맞았다. 한일 주교단 39명은 14~16일 일본 도쿄대교구에서 ‘한일주교교류모임 25주년을 맞아 : 한일주교교류모임의 어제와 오늘’을 주제로 25회째 교류모임을 갖고, 평화를 향한 연대의 발자취를 기념했다.
코로나19로 한일주교교류모임이 올해 재개된 건 5년 만이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를 비롯한 한국 주교 23명과 일본 주교회의 의장 기쿠치 이사오 대주교 등 일본 주교 16명이 참가했다. 한일 주교단은 ‘시노드 정신으로 함께 걸어가는 한일주교교류모임’을 부제로 교류모임의 역사를 돌아보고, 양국 교회의 과제와 전망을 살피는 심포지엄도 열었다.
14일에는 초창기부터 한일주교교류모임에 참석한 강우일(전 제주교구장) 주교와 마쓰우라 고로(나고야교구장) 주교가 교류모임의 역사와 발자취를 발표하는 워크숍을 열었다. 강 주교는 “한일 양국 주교들은 이 25년의 만남과 교류를 통해 역사 문제만이 아니라, 양국 교회가 국경을 넘어 오늘의 세계 속에서 직면하는 다양한 도전과 과제를 함께 고민하고 공동의 이해와 연대를 모색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강 주교는 세계 각국이 자국의 이익을 도모하고, 군비 증강을 이어나가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새로운 냉전 시대가 도래하고 세계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며 “이보다 더 긴급하고 중대한 위기는 하나밖에 없는 공동의 집 지구가 온난화로 기후재앙의 임계점에 다가서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마쓰우라 고로 주교는 “한일주교교류모임은 회를 거듭할수록 내용적, 의미적으로도 발전해왔는데, 교류 모임의 원점은 역시 한일 화해의 여정이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이 화해의 여정은 한일과 아시아뿐만 아니라 분쟁으로 고통받는 세계가 하나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교단은 15일 관동대지진 한국인 희생자 추모비와 도리고에 기리시탄 순교 기념비를 방문했다. 도쿄대교구 성모 마리아 주교좌 대성당 세키구치 회관에서 ‘한국과 일본의 성당 교류’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렸다.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는 교류모임의 결실로 한일 탈핵연대와 한일 수도자 장상연합회 교류를 소개하며 “주교 중심의 교류를 신자와 청년들의 교류로 확대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도쿄한인본당 청년분과장 박형진(레오)씨는 “일본 교회는 한국에서 온 유학생이나 직장인보다 교포 청년의 비율이 높아질 것”이라며 “한일 청년들 간 교류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히로시마교구 출신 고마야사 유타카씨는 “한일청년교류모임의 재개를 위해 노력해달라”며 청년들을 위한 의결 기구 신설을 제안했다. 참석자들은 성모 마리아 주교좌 대성당에서 이용훈 주교 주례로 25주년 기념 미사를 거행했다.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앞두고 다양한 의견도 나눴다. 서울대교구 총대리 손희송 주교는 “행사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준비 과정에서 청년들이 신앙의 기초를 닦아 성장하는 기회를 얻는 것”이라며 “청년들이 사회와 교회의 리더로 성장하는 기회가 되길 바라는 것이 서울대교구의 뜻”이라고 밝혔다. 제26회 한일주교교류모임은 2024년 광주대교구에서 개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