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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돋보기] 나의 가해자들에게

박민규 가롤로(신문취재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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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으로 아들을 잃었지만 가해자 처벌이 아닌, 아들(이대웅)의 이름으로 장학회를 설립하고 나눔의 길을 택한 이대봉(시몬) 참빛그룹 회장. 인터뷰하는 내내 아들 얘기에 눈물을 글썽이다가도 자신(아들)의 이름으로 수많은 이들이 도움받고 있는 모습을 하늘나라에서 보고 있다고 믿으며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학교 폭력 피해자들이 모여 제작한 영상이 있다. 이 영상은 조회 수가 300만을 넘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들은 담담하게 자신의 상처를 얘기하다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트라우마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용서’라는 단어를 꺼낸다. 가해자를 축복하는 차원이 아니라 “그래야만 내가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그리곤 비슷한 처지에 놓인 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해주는 힘이 생겼다고 했다. 후속 작업으로 「나의 가해자들에게」란 책까지 냈다.

국가 간 관계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1965년 폴란드 주교단은 “우리는 여러분을 용서하며 또한 여러분으로부터 용서를 구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독일 주교단에게 보냈다. 이는 피해자인 폴란드인이 가해자인 나치의 독일인을 먼저 용서하고, 나아가 용서를 구한 역사적 사건이다. 당시 폴란드 주교들은 민족반역자라는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문건은 폴란드와 독일 사이에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됐다.

피해자(국)가 가해자(국)를 증오하고 복수한다고 해서 비난할 수 없다. 오히려 힘겹게 싸우는 그들과 연대하는 일이 정의에 더 가까울지 모른다. 그리고 이 회장과 폴란드 주교들과 같이 용서의 길을 걷는 이들도 존재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힘겨운 과정이 계속되는 길이다. 하지만 점점 단단해지고 성숙해지는 모습을 주변에서 먼저 발견하다. 누군가의 멘토가 된 학폭 피해자들처럼 말이다. 우리는 그런 이들을 ‘어른’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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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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