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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했던 순간 (1) - 서기 49년

[월간 꿈 CUM] 예수, 그 이후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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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이스라엘 사해 서안의 쿰란 동굴에서 발견한 사해문서(구약성경 사본 및 유대교 관련 문서) 사본

●문제 발생 장소 : 안티오키아 교회
● 문제의 원인 제공 : 안티오키아를 찾아온 예루살렘의 그리스도교인들 
● 문제의 내용 : 아래의 내용을 보시오.

안티오키아는 초기 그리스도교 선교의 거점 역할을 한 도시다. 현재 안타키아(Antakya)로 불리는 안티오키아(개신교에서는 ‘안디옥’이라고 표기한다)는 터키 이스탄불에서 남동쪽으로 1060km, 예루살렘에서 북쪽으로 715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도시다. 지금은 고만고만한 중소 도시지만 2000년 전에는 달랐다. 고대 근동의 최대 도시 중 하나였다. 훗날 십자군이 출정했을 때도 안티오키아 공략에 가장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인 것만 봐도 안티오키아가 얼마나 큰 규모의 도시였는지 알 수 있다.

도시의 규모가 컸던 만큼 재원 또한 풍부했다. 이스라엘 신자들이 기근으로 고생할 때 안티오키아 교회가 구호품을 보냈을 정도로(사도 11,27-30 참조) 안티오키아 신자들은 상대적으로 넉넉한 삶을 살았다. 이 도시의 영향력은 예수를 따르는 이들이 이 곳에서 최초로 ‘그리스도인’이라고 불렸고(사도 11,26), 그 전통 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런데 이 교회에서 문제가 터졌다.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었다.

안티오키아 그리스도교 신자 중 상당수는 유대인이 아니었다. 예루살렘에서 온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안티오키아 신자들이 율법을 따르지 않는 것이 못마땅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한다.

“모세의 관습에 따라 할례를 받지 않으면 여러분은 구원을 받을 수 없습니다.”(사도 15,1)

청천벽력이었다. 유대인이 아닌데도, 할례(성기 포피 일부를 잘라내는 의례)를 받아야 한다니…. 하지만 모든 그리스도인이 할례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꽤 설득력이 있었다. 예수도 할례를 받은 유대인이었다. 예수도 율법을 지켰는데, 그 제자들이 율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었다. 이때 바르나바와 바오로가 강하게 반발했다. 그들은 당장 예루살렘으로 달려가 사도들을 만났다.

서기 49년. 예루살렘에서 사도들이 모여 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서 바오로와 바르나바는 구원을 위해서는 할례보다 신앙이 더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바리사이파에 속하였다가 그리스도교로 개종한 이들의 주장은 단호했다. “그들에게 할례를 베풀고 또 모세의 율법을 지키라고 명령해야 합니다.”(사도 15,5) 의견과 의견이 부딪혔다. 해결점이 보이지 않았다. 이때 교회의 반석, 베드로 사도가 중재에 나섰다. 묵직하고 권위가 있는 말씀이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하신 것처럼 그들(이방인)에게도 성령을 주시어 그들을 인정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믿음으로 그들의 마음을 정화하시어, 우리와 그들 사이에 아무런 차별도 두지 않으셨습니다.”(사도 15,8-11)
이스라엘 카파르나움의 유대교 회당 유적

베드로 사도가 바오로 사도의 손을 들어줬다. 이렇게 해서 이방인 신자의 경우, 율법을 엄격히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그리고 이같은 내용을 정리한 편지를 안티오키아 신자들에게 보냈다. 편지에는 야고보 사도의 중재안, 즉 우상에게 바쳐진 제물을 먹지 않을 것, 불륜을 멀리할 것 등 몇 가지 기본적 지시사항만 들어 있었다.(사도 15,23-29 참조) 안티오키아 교회 신자들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찔했던 순간이었다. 만약 베드로 사도가 바오로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면, 사도단이 안티오키아 교회 신자들의 편의를 봐주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는 어떻게 됐을까. 예비신자 교리를 마치고 세례를 받는 그 순간 모든 남자는 할례를 받아야 했을 것이다. 그에 앞서 가톨릭교회는 아마도 보편 종교로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저 그런 유대교 소수 종파 중 하나로 그쳤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아찔했던 순간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글 _ 우광호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3-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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