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대를 다시 위대하게” 민주당의 바이든 후보와 공화당의 트럼프 대통령이 맞붙었던 지난 2019년 미국 대선의 중심에는 빨대가 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준비하던 공화당 선거캠프는 공화당의 상징인 빨간색으로 만든 플라스틱 빨대를 판매했습니다. 빨대에는 ‘트럼프’라고 새겨져 있었고, 빨대 홍보문구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구호였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패러디한 “빨대를 다시 위대하게”였습니다.
플라스틱 빨대로 힘들어하는 거북이가 언론을 통해 소개된 이후 전 세계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사람들은 플라스틱 대신 분해되는 소재로 만든 빨대를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사용해보니 불편한 점이 있었고 평소 환경보호에 냉소적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트럼프 빨대가 탄생한 배경이 되었습니다. 여기에 민주당이냐 공화당이냐는 진영 논리까지 가세하며 플라스틱 빨대는 선거의 중심이 됩니다.
이제 플라스틱 빨대는 단순한 빨대가 아니었습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플라스틱 빨대를 지지하는 티셔츠까지 만들어 입었습니다. SNS에는 플라스틱 빨대 구매 인증 릴레이가 이어졌습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민주당은 종이빨대처럼 형편없다며 조롱했습니다. 그런 트럼프 지지자들의 열광 때문인지 플라스틱 빨대 판매를 통해 공화당은 선거자금을 모았습니다.
환경부가 이번 달 7일 식당 등의 일회용 종이컵 사용을 금지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카페에서 플라스틱 빨대, 편의점에서 비닐봉지 사용도 단속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모두 시행 보름을 앞둔 정책들이었습니다.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이유로 들었지만 표를 의식한 정부 여당의 ‘선심성 정책’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렇게 우리나라도 선거를 앞두고 나온 정책 또는 공약에 플라스틱 빨대가 등장했습니다.
이참에 내년에 있을 총선의 주인공은 빨대가 되어야 합니다. 이번 총선을 기후위기 선거로 만들자는 겁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연간 일회용 컵 사용량은 248억 개입니다. 2020년 한국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포장재 소비량은 세계 2위 수준입니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EU를 포함한 전 세계는 일회용품 사용 금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핵발전소 원전 재가동, 삼척 화력발전소 건설 등 우리 주위에는 기후위기와 관련된 많은 이슈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극단적인 가뭄 또는 폭우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많은 기후위기 관련 의제들이 다가올 총선을 통해 공론화되고 논의되어야 합니다.
가톨릭은 기후위기 대응에 단호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태 회칙 ‘찬미받으소서’ 후속으로 ‘하느님을 찬미하여라’를 발표하셨습니다. 교황은 다음달 1일부터 두바이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회의에도 참석하십니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도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배우고 실천합시다”란 특별 사목 교서를 발표하며 우리 교회가 녹색 순교에 동참하자고 호소했습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공동의 집, 지구를 다시 위대하게>입니다. 다가오는 총선을 기후위기 선거로 만들기를 바라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