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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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정수용 신부 "9.19 군사합의 무력화, 안보논리 아닌 정치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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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PBC 뉴스
○ 진행 : 이혜은 앵커
○ 출연 : 정수용 신부 /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부위원장


정부가 9.19 군사합의 일부에 대해서 효력 정지했습니다. 남북한의 무력 충돌 방지를 막고 평화 유지에 기여해 온 합의가 파기됐다고 사실상 해석이 되고 있는데요. 한반도의 안보 불안이 커졌다는 해석도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9.19 군사합의 무력화를 교회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부위원장 정수용 신부 스튜디오에 나와 계십니다.


▷ 신부님, 어서 오세요.

▶ 안녕하십니까.


▷ 상당히 엄중한 상황으로 보여집니다. 또 북한은 GP를 복원하고 있다는 움직임도 감지가 되고 있는 상황인데, 우리 군 당국이 9.19 군사합의 효력을 일부 정지한데 따라서 북한도 사실상 합의 파기를 선언했습니다. 이런 상황,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 2018년 한반도에 훈풍이 불었었죠.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해서 남북이 최초로 군사 분야를 통제할 수 있는 합의를 맺었던 것이 '9.19 군사합의'입니다. 신뢰를 바탕으로 했던 합의가 깨어졌다는 것이 그만큼 한반도 상황이 우려스럽고 앞으로 분쟁지역 접경지경 안에서 우발적 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 그런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정부에서 9.19 합의를 일부 무력화 하면서 들었던 근거는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지난주에 있었던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북한은 점점 정찰능력이 고도화되고 있는데, 우리는 9.19 합의에 따라서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여러 가지 정찰 자산을 운영하지 못한다는 게 첫 번째 논리였고요.

9.19 군사합의를 북한에서 많이 위반해 왔다는 두 가지 명분으로 정리해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두 가지 입장 다 한계가 있는 것이 우선 우리 쪽의 북한 정찰 능력은 북한과 비교해서 상당히 월등한 부분입니다. 이미 글로벌 호크라는 고도에서 북한을 정찰할 수 있는 정찰자산도 많이 가지고 있고, 정찰분야의 최강대국인 미국과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 지역에서 움직이는 여러 군사적인 움직임을 우리는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상황이죠. 9.19 합의는 휴전선 인근에서 비행기나 무인기를 서로 운영하지 말자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보다는 북에 더 불리했던 상황인데 우리가 그 부분을 먼저 깨버린 것이 큰 결과를 낳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북한에서 지금까지 9.19 군사합의를 너무나 많이 위반했는데, 우리만 지키는 게 아니냐 그러므로 우리가 이번 기회에 파기해야 한다는 주장인데요. 국방부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지금까지 9.19 군사합의 위반 사례가 3600여 건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중 3400여 건은 같은 경우는 군사분계선 부근에서 북한이 포신을 열거나, 포를 개방했다가 닫는 부분들이 감찰된, 우리들의 영상장비에 녹화된 부분을 카운트한 부분인데요. 

그런 이유를 들어서 실질적인 충돌을 막을 수 있는 9.19 합의를 무력화시켰다는 것이 상당히 우려할 수 있는 상황이고요. 신뢰를 바탕으로 만든 그 부분이 깨어졌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 이 정도의 신뢰를 만들기에는 엄청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지금 당장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보 위협이 높아졌다는 부분을 종합해서 볼 때 이번 조치는 성급하지 않았나 볼 수 있습니다.



▷ 사실 정찰위성 발사 부분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동향이 미리 파악이 됐고, 북한도 역시 어느 정도 예고를 했었는데요. 우리뿐만 아니라 일본도 대대적으로 보도를 하면서 마치 굉장히 크게 보도된 측면도 있었습니다. 성급한 조치였다는 이야기 들어봤고요.

남북한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충돌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 아닌가, 우려도 고조가 되고 있는데요. 말씀해 주셨다시피 접경지역 위주로 불안감이 커진 것 같습니다. 왜 남북관계가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을까요?

▶ 갈등상황에서 합의를 지키고, 신뢰를 구축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죠. 그러나 증오와 미움의 마음으로 대하고자 하는 것은 즉각적인 반응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합의를 만들고 신뢰를 만드는 것보다, 무력을 통해서, 힘을 통해서 갈등상황에서 잠재우고 싶은 유혹들이 작동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진보냐 보수냐 하는 논쟁은 북을 어떻게 보느냐, 협력과 대화의 대상으로 보느냐, 경계와 적대의 대상으로 보느냐 여러 가지 정책 안에서 의견이 구분되는데요. 이번 조치도 안보논리보다도 국내의 정치논리가 많이 반영된 결과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 실제적으로 한반도에 평화를 어떻게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냐가 아니라, 정치적인 논리로 남북문제를 대하다 보니까 사실상 악화된 것으로 분석이 된다는 말씀 들어봤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했던 측면이 있습니다. 이게 진짜 평화를 가져다줄 수 있을지, 점점 이 사태를 보시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의구심이 들기도 하는데요. 어떻게 보시는지요.

▶ 정부에서 주로 나오는 슬로건이기도 하고, 저도 광화문을 오갈 때마다 정부청사에 큰 걸개그림으로 '힘에 의한 평화' 보았는데요. 교회가 이야기는 정의와 사랑의 결과하고는 분명히 결이 다른 방식인 것 같고요. 
평화를 크게 두 가지로 정의할 수 있는데요. 전쟁이 없는 상태를 소극적 평화로 보고, 갈등의 원인까지가 제거된 부분들. 그래서 비폭력적인 방식으로 갈등이 완화되는 부분이 적극적 평화라고 본다면, 정부가 이야기하는 힘에 의한 평화는 상대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힘으로 해서 만들어지는 소극적 평화의 수준이지 않나 싶습니다.



▷ 평화에 대한 개념까지 정립을 하고 갈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 들어봤습니다. 물론 국가 주권이 강한 것은 좋은 일입니다만, 과연 어디까지 평화를 안착시킬 수 있을 것인가 그 부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한반도 긴장이 갈수록 격화되면서 한반도 평화, 화해는 더욱 멀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합니다. 남북한 당국 모두의 태도 변화가 필요한 상황인데요. 이를 위해선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게 중요할까요? 

▶ 양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한반도의 평화 문제, 화해 문제를 국내정치와 연관시키지 않으려고 하는 노력들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북도 마찬가지고 남도 마찬가지고 정부의 지지층의 결집을 위해서 안보 이슈를 많이 활용을 하고, 그런 부분에서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게 있는데요. 좀 더 거시적인 차원 안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미치는 게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지금까지 작동하던 평화 해법들이 70년 동안 작동하지 않았다면, 좀 더 창의적이고, 좀 더 적극적이고 좀 더 상상력을 발휘하는 방법으로 평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요. 그걸 위해서 모든 국민들, 모든 그리스도인들도 평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신념들을 잘 간직하고 기도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남한, 우리나라의 노력도 필요합니다만, 북한도 적극적으로 협조를 해야 하는데, 정치 논리가 평화에 개입돼서는 안 되는, 평화를 온전히 안착을 시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궁극적인 창조적인, 도전이 필요한 시기다라는 말씀 해주셨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반도 상황도 안심할 수 없는 사태로 흘러가고 있는데요. 가톨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뭘까요?

▶ 전쟁은 인간의 죄성으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폭력에 의해 발생한다고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이야기하셨죠. 그런 전쟁을 끝내는 방식도 전쟁이기 때문에 딜레마가 생기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류를 그런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만들어가는 길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속도를 내기 위해서라도 평화에 대한 가치, 대화에 대한 가치, 상호 존중에 대한 정신 이런 부분들을 믿고 신뢰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 결국 기본으로 돌아가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과연 우리 인류를 위한 궁극적인 가치들이 무엇일지, 우리를 이끌어 주는 것이 무엇일지 다시 한번 상기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부위원장 정수용 신부님과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신부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고맙습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3-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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