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의 가난만 있는 게 아니에요. 하느님을 모르는 무지의 가난, 죄의 상태로 인한 영적 가난도 있답니다.”
한국 프라도 사제회(이하 프라도회) 신임 책임자 류지현(마태오) 신부가 ‘가난’을 이해시켜 주고자 넌지시 귀띔해 줬다. 11월 20~22일 대전가톨릭대학교 정하상교육회관에서 열린 한국 프라도회 총회 취재 차 21일 현장을 찾았을 때였다. 그 한마디에 프라도 신부들이 추구하는 가난의 영성이 한층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소외된 약자들만이 아니라 신이야 있든 말든 살아가는 사람들도 ‘가난한 이들’이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2014년 사순 메시지에서 “불의한 사회, 돈을 우상으로 섬기는 세태가 인간을 도덕적 빈곤으로 내몰고, 그것이 영적 빈곤으로 이어져 하느님께 등 돌리게 된다”고 말했다.
그 말은 25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일대에서 펼쳐진 청소년·청년 신앙 축제 취재 중 가슴으로 와닿았다. 9일 서울 대학동 고시촌 취재 중 얘기를 나눈 고시촌 청년을 마주친 것이다.
그는 “배달 일을 마치고 청소년·청년 미사를 보러 명동까지 왔다”고 말했다. 주말인 토요일, 최저기온 영하 6도 추위에 먼 곳까지 와서 야외 촛불 행렬까지 참여한 이유를 묻자 “자신을 사랑으로 부르신 주님 집에 들르고 싶었다”며 미소지었다.
팍팍한 현실에도 하느님의 사랑을 진심으로 느끼고 화답하는 그의 영적 풍요 앞에 나는 다른 차원으로 가난한 이였음을 깨달았다. 대림 시기가 다가와도 복음의 희망을 품지 않는 자신, 신앙이 왜 중요한지 잊고 살던 자신이 얼마나 영적으로 가난했는지를 말이다. 놓고 있던 기도를 다시 잡자는 결심이 섰다.
박주헌 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