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일상이 바빠서 별 볼 일 없는 우리를 이곳 성이시돌목장까지 불러 별을 볼 수 있게 해주신 주님께 감사드리며 110번째 별별 미사를 시작합니다.”
2021년 9월 코로나19 상황에서 제주교구는 제주를 찾은 육지(다른 교구) 신자들이 야외에서 거리두기를 하며 미사를 드릴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만든 별별 미사 찬양 봉사를 시작했다.
매주 토요일, 성이시돌목장 내 십자가의 길 12처에서 출발한 미사는 처음엔 5시 미사만 있었지만, 저녁 미사를 만들었으면 하는 신자들의 바람이 있었다. “저녁 8시 미사는 별을 보면서 하면 어떨까요?”라는 나의 황당한 제안에 교구장 문창우 주교님의 허락으로 시작된 삼뫼소 십자가 앞의 별별 미사.
“별을 보려면 누워야 보이는데 누워서 하는 미사는 어떨까요?”라는 대책 없는 두 번째 제안에 제주교구 사무처장 신부님은 처음엔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더랬다. 감사하게도 ‘한번 시도해 보자’라고 마음을 굳혀주셔서 큰 도전을 하게 됐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어디 미사를 누워서 하느냐”부터 “거룩한 제단을 향해 머리도 아니고 다리를 두느냐”까지 예상 이상의 반발이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
사무처장 신부님께서는 전례학 전공 신부님께 의뢰하는 등 전례에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미사 중 3번의 눕는 시간(참회 예절, 강론, 영성체 후 묵상)과 2번의 엎드림(참회 예절, 신자들의 기도)이 포함된 별별 미사를 기획했다. 전 세계 어느 성당과 단체에서도 시도하지 못한 미사가 탄생한 것이다. 아이디어를 제시한 나조차도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이 미사를 아신다면 어떤 반응이실까?’라는 궁금증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신자들이 좋아하는 것이다, 우연찮게 성이시돌목장에 들렀다가 호기심에 미사에 참여하셨던 이들이 별별 미사를 찾아 비행기를 타고 다시 오곤 했다. 인천교구의 어느 본당 주일학교 학생들은 여름 신앙캠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 별별 미사를 꼽았다고 한다. 일부러 별별 미사가 포함된 성지순례 프로그램을 만들어 오는 단체도 생겼다. 참여 인원도 자연스레 점점 늘어났다.
별별 미사에서는 자연을 통해 주님 현존과 우리를 만나고자 하시는 그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당신의 사랑을 느끼고 확인하는 시간이다. 안개가 끼고, 때론 먹구름에 비가 내릴 것만 같은 날씨에서도 어둠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뜨는 샛별부터 아주 작은 별까지 찬란하게 빛난다. 우리는 이 샛별을 성모님의 별이라고 부르곤 한다. 그리고 이러한 별을 통해 우리는 ‘나, 너희와 함께 있다’고 하시는 하느님 현존의 기적 체험을 매주하고 있다.
이젠 별이 보이지 않는 상황일지라도 저 구름과 안개 뒤에, 늘 변함없이 나를 바라보시고 비춰주시는 주님의 별. ‘나, 너와 함께 있다’라는 임마누엘 하느님의 별들이 늘 그 자리에 있다는 확신이 있다. 이는 나의 신앙생활에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큰 믿음의 열매로 자라나고 있다.
“오 아름다워라 저 하늘의 별들. 형님인 태양과 누님인 달은. 오 아름다워라 어머니이신 땅과 과일과 꽃들 바람과 불. 갖가지 생명 적시는 물결.”(성 프란치스코의 ‘태양의 찬가’ 중)
박우곤 알렉시오 / 가톨릭문화기획imd 대표 or 제주교구 가톨릭청년머뭄터 혼숨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