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사실 하나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다름 아니라, 악마들에게도 대학교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악마 대학교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특징은, 교양과목이 ‘유혹’이라는 것입니다. 이 교양과목은 모든 악마가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강의인데, 첫 시간에 이렇게 강의를 시작한다고 합니다.
“인간을 유혹할 때는 다음 세 종류의 말을 써야 한다.
첫째는, ‘그거 누구나 다 하는 일이잖아~.’
둘째는, ‘그거 대수롭지 않은 건데 뭘~.’
셋째는, ‘딱 이번 한 번만이야~.’”
악마대학의 두 번째 특징은, 가장 학점이 많은 과목은 ‘미룸’이라는 과목이라고 합니다. 이 과목의 핵심은, 인간들로 하여금 자꾸 미루도록, 특히 선행이나 기도를 자꾸 미루도록 하는 것입니다.
악마대학의 세 번째 특징은, 그 대학에서 가장 인기 많은 악마 교수는 학생들에게 늘 이렇게 가르친다고 합니다.
“인간들을 지옥에 보내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
첫째, 안개비에 옷 젖는 줄 모르듯이 악에 서서히 젖어 들게 하고,
둘째, 쥐꼬리만한 명예를 주어 교만하게 할 것이며,
셋째, 영원히 살 것처럼, 영원히 누릴 것처럼 생각하게 하라.”
우리가 성경을 통해 잘 알고 있듯이, 예수님께서도 40일 동안 광야에서 악마의 유혹을 받으셨습니다.(마태 4,1-11: 마르 1,12-13: 루카 4,1-13) 예수님은 40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은 허기진 상태에서 악마로부터 유혹을 받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받으신 유혹은 대단히 고통스럽고 극복하기 힘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는 우리와 똑같은 나약한 육신을 취하셨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몸과 마음이 극도로 지쳐있는 예수님에게 먹을 음식과 권력과 명예, 그리고 부귀영화와 자기과시에 관한 유혹들은 달콤한 매력을 지닌 유혹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것들이 하느님 아버지와의 일치를 갈라놓는 것들이었기에 단호히 물리치셨습니다. 오직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앞세우고, 하느님 아버지의 말씀으로 악마의 유혹을 꺾어버리신 것입니다.
악마는 추위와 굶주림에 지쳐있는 예수님에게 다가와 세 가지 유혹을 합니다.
첫 번째 유혹은 빵, 곧 물질에 관한 유혹입니다. 이때 예수님은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는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물질은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도구요 수단일 뿐이지 그것이 우리 인생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인간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영(靈)적인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인간에게 있어서 필요한 것은 육신의 빵이 아니라 영혼의 양식이라는 말씀입니다.
두 번째 유혹은, 권력과 명예와 지위에 관한 유혹입니다. 이 유혹에 예수님은 “주 너의 하느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모든 권력과 명예와 지위는 오직 하느님으로부터 주어지는 것이며, 결코 인간이 개인적인 욕심으로 탐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입니다.
세 번째로 예수님이 받으신 유혹은 자기 과시, 곧 교만에 대한 유혹입니다. 이 유혹에 예수님은 “주 너의 하느님을 시험하지 마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당신이 하실 수 있는 모든 기적은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함이 아니라 오로지 하느님의 영광을, 하느님의 뜻을 이루기 위함이라는 말씀입니다. 이렇게 예수님은 악마의 유혹을 오직 하느님 아버지의 말씀으로 단호히 물리치셨습니다. 오직 하느님 아버지의 말씀에,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자신을 충실히 못 박음으로써 악마의 유혹을 물리치시고 승리하셨던 것입니다.
어떤 유혹이 닥쳐오더라도 예수님처럼 하느님의 말씀으로 단호히 끊어버려야 하겠습니다.
글 _ 이창영 신부 (바오로, 대구대교구 대구가톨릭요양원 원장, 월간 꿈CUM 고문)
1991년 사제 수품. 이탈리아 로마 라테란대학교 대학원에서 윤리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교회의 사무국장과 매일신문사 사장, 가톨릭신문사 사장, 대구대교구 경산본당, 만촌1동본당 주임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