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꿈 CUM] 꿈CUM 묵상 _ 예수의 일생 (9)
광야에서 유혹을 받으시는 예수(제주 성이시돌 목장 새미은총의 동산 조형물)
앞에서 말한 내용을 다시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우리는 세례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가 됐다.
2. 하느님의 아들 딸이 된 우리는 효도를 해야 한다.
3. 가장 큰 효도는 무엇일까.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것이다.
4. 그렇다면 하느님 아버지는 언제 가장 기쁘실까.
5. 자녀인 내가 행복하게 살 때.
자! 이제 우리에게는 행복하게 살아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세상의 모든 부모는 자녀가 행복하게 살아갈 때 가장 기뻐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럼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을까요. 어떤 삶이 행복한 삶일까요. 예수님의 가르침 대로 살면 됩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진복팔단(眞福八端)을 말씀하셨습니다. 마태오 복음 5장 3-12절에 그 내용이 자세히 나옵니다. 예수님이 첫 번째로 언급하신 내용은 ‘가난’입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 5,3)
이 성경 구절의 의미를 구현해 내는 사람이 바로 저와 같은 수도자들입니다. 수도자는 단순히 혼자 살아서 수도자가 아닙니다. 예수님의 말씀이 맞는지 틀리는지 세상에 증명해 보이는 사람들이 수도자입니다. “내가 예수님 말씀이 맞는지 틀리는지 증명해 보이겠어!”라며 사는 사람이 수도자입니다.
구체적으로, 수도자는 청빈·정결·순명, 복음삼덕(福音三德)을 서원합니다. 먼저 청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수도자는 돈이 없습니다. 그러나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부자는 돈을 얼마쯤 가지고 있어야 진정한 부자라고 할 수 있을까요. 20억? 50억? 100억?
진정한 부자는 아쉬운 것이 없는 사람입니다. 돈이 100억이 있어도 아쉬움이 있다면 그 사람은 부자가 아닐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필요한 것이 없습니다. 아쉬운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부자입니다.
그다음, 정결입니다. 정결은 인간적 사랑, 육체적 사랑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세속의 친구들이 가끔 내게 “너는 여자로부터 사랑도 못 받아 보고 참 불쌍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 사랑 엄청 많이 받고 있어.”
정결은 최대의 사랑입니다. 어떤 자매님과 전화를 할 때면 “자매님 사랑합니다”라고 인사합니다. 만약 제게 아내가 있다면 얼굴이 할퀼 일입니다. 나는 마음껏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많은 교우분들이 나를 사랑해 주고 걱정해 줍니다. 나는 사랑의 복이 넘치는 사람입니다.
그다음, 순명입니다. 순명은 개인적인 고집을 꺾고 하느님의 뜻대로 사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느님이 매일 내게 나타나 명령하시는 것이 아니니까 수도원 원장의 말을 듣고 잘 따라야 합니다. 가끔 교구 소속의 동창 신부님이 내게 해외성지순례를 가자고 할 때가 있는데, 수도자는 항상 원장의 허락을 얻어야 해외에 나갈 수 있습니다. 그때 동창 신부님은 “너는 나이 50살을 넘겨서도 참 불쌍하게 산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것이 오히려 더 자유롭습니다. 내 맘대로 하지 못하지만 자유롭습니다. 왜 그럴까요? 책임에서 자유롭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뜻에 내어 맡기는 삶을 살면 하느님이 책임지십니다. 내뜻에서 벗어남으로써 더 자유로워집니다. 순명은 이처럼 우리에게 진정한 자유를 줍니다.
재물을 포기하고 청빈을 선택하면 참부자가 될 수 있고,
사랑을 포기하고 정결을 선택하면 참사랑을 누릴 수 있고,
고집을 포기하고 순명을 선택하면 참자유를 누릴 수 있습니다.
글 _ 안성철 신부 (마조리노, 꿈CUM 지도신부, 성 바오로 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