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가톨릭교회의 개혁 과정을 둘러싸고 독일 교회와 보편 교회, 타 지역 교회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독일 교회가 일종의 국가 교회 회의인 ‘시노드의 길(Der Synodale Weg)’을 통해 여성 사제품 허용, 동성애에 대한 입장 변화의 필요성 등을 제안한 데 대해 주변 지역 교회와 교황청이 연이어 우려를 전한 것이다.
독일ㆍ폴란드 현지 언론이 11월 27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독일 주교회의 의장 게오르크 배칭(림부르크교구장) 주교는 11월 21일 폴란드 주교회의 의장 스타니스와프 가데츠키(포즈난대교구장) 대주교를 비판하는 서한을 폴란드 교회에 보냈다. 가데츠키 대주교가 11월 20일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독일 교회의 ‘시노드의 길’의 움직임을 비난하는 서한을 보낸 것에 대한 항의를 보낸 것이다. 당시 가데츠키 대주교는 교황에게 독일 교회의 움직임을 ‘자유주의적’ 변화로 정의하며 “‘시노드의 길’에서 나온 여러 결정 가운데에는 극도로 용납할 수 없고 가톨릭적이지 않은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데츠키 대주교처럼 특정 지역 교회의 움직임에 대해 타 지역 교회가 공개 비판하는 모습은 극히 이례적이다. 비판의 대상이 된 독일 교회 역시 가데츠키 대주교의 행동이 “선을 넘었다”며 항의에 나섰다. 배칭 주교는 폴란드 교회에 보낸 서한에서 “가데츠키 대주교는 형제답지 않은 행동을 보여줬다”면서 “‘시노드의 길’에 대한 그의 주장은 명백한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다른 지역 교회의 주교회의 의장이 타 교회의 가톨릭적 요소를 판단할 권리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그의 발언은 권한을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바티칸 역시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다. 독일 언론들은 지난 11월 24일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10월 23일자로 독일 주교단에 공문을 보내 “사제서품 및 동성애자에 대한 가르침은 타협할 수 없다는 교황청 입장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동성애에 대한 교회 가르침은 물론, 1994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서한 「남성에게만 유보된 사제 서품에 관하여」를 통해 사제품 대상에서 여성을 제외한 것 역시 협상을 고려할 내용이 아니다”고 했다. 독일 ‘시노드의 길’의 의견에 반대 의사를 확실히 전한 것이다.
여기에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독일 교회에 우려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은 11월 10일자 서한에서 “독일 교회가 이루려는 시노드적 교회는 보편 교회로부터 멀어질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황은 독일 교회 평신도 4명이 2019년 12월에 시작해 올해 3월에 끝난 ‘시노드의 길’의 결정에 ‘의구심과 두려움’을 담은 서한에 대해 답장하는 형식으로 이 서한을 보냈다. 교황의 서한은 독일 교회의 움직임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