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구는 2030년까지 ‘복음의 기쁨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길을 걷고 있습니다. 말씀을 비롯해서 친교, 전례, 이웃사랑, 선교라는 우리 여정의 핵심 가치들은 교회의 시작부터 존재했고 지금도 살고 있으며 앞으로도 중단 없이 추구해야 할 과제들입니다. 앞으로 ‘친교’의 가치를 더욱 깊이 깨닫고 활성화하는 데 역점을 두고자 합니다.
친교, 참여, 사명이라는 구호로 축약되는 시노드 정신은 삼위일체 하느님을 닮고 그분의 신비에 참여하는 길입니다.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일체 하느님께서는 서로를 향해, 서로 함께, 서로를 위해 존재하시는 분이시고, 교회는 그러한 하느님의 친교를 본받아 일치를 향해 나아가는 신앙 공동체입니다. 교회는 시작부터 온 세상의 일치를 증거하고 촉구하는 가운데 삼위일체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할 사명을 받은 것입니다. 이러한 교회의 삶과 사명은 코로나19 사태를 겪는 가운데 더욱 절실하고 분명하게 드러나야 하고 또 요청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주신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향해, 서로 함께, 서로를 위해 사는 방법을 잊어버렸습니다. 하느님과 사람, 사람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다른 피조물 사이의 관계는 점점 더 약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까닭에 교회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친교를 살고 증거하는 사명을 실천하는 데 앞장서야 하며 친교의 영성을 익히는 데 힘을 쏟아야 합니다. 친교의 영성은 형제자매들을 위하여 양보하며, “서로 남의 짐을 져 주고”(갈라 6,2), 언제까지나 우리에게 붙어 다니면서 경쟁심과 출세욕, 불신과 시기를 불러일으키는 이기심이라는 유혹을 물리칠 줄 아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 친교의 영성은 다른 사람과 공동의 집인 지구를 하느님의 선물로 받아들이고 서로를 향해, 서로 함께, 서로를 위해 살 때 비로소 우리 삶의 의미와 보람을 얻게 된다는 점을 알려 줍니다. 따라서 우리 교구는 성령을 통한 대화와 경청이라는 시노달리타스의 원리를 통해 친교로 나아가는 모습을 더욱 명확하게 실현함으로써 교회가 세상에 친교를 살아가는 성사임을 드러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저는 특별히 복음적 친교를 살아가고 있는 수도공동체들의 가치에 주목하고 많은 도움을 받고자 합니다. 복음 삼덕을 살아가는 수도공동체들은 친교의 삶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수많은 영성적 보화들을 간직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친교를 살아가는 모범으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령 안에서 함께 기도하고 경청하며 대화를 나누는 신앙 공동체의 모습을 수도공동체와 본당, 그리고 교구 내 기관들과 단체들이 서로 배우고 익히며 실천하는 시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우선 교구장인 저부터 시노달리타스를 통해서 친교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교구 내 모든 공동체는 시노달리타스의 삶에 방해되는 요소들을 극복하면서 친교의 영성을 드러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찾고 실천하는 데 노력합시다.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