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훈 신부가 지난 10월 팔레스타인에 도착하자마자 4일 만에 폭탄이 떨어졌다. 아디 대표이사 자격으로 활동가들과 함께 현지를 찾자마자 무시무시한 전쟁 상황을 맞닥뜨린 것이다. 그러나 박 신부는 활동가 몇몇이 다급히 귀국하는 상황에서도 한 달 가까이 그곳에 머물렀다. 그들의 인권을 지키는 사명을 뒤로하고 떠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먼저 팔레스타인 트라우마힐링센터를 찾았다. 여성들은 폭력과 성 착취로 기본적인 인권조차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었다.
박 신부는 “집안에 남자 한둘은 감옥에 갔거나 살해당한 상황이기에 여성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심리치료를 통해 여성들의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70년 넘게 이어지는 이-팔 분쟁으로 시민들은 물리적으로도 위험하지만, 심리적으로도 매우 불안한 상태”라고 말했다.
박 신부는 “고통은 함께 나누는 것”이라며 “그로 인해 나도 성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회 분위기가 고통에 매우 무감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하면서 “우리 사회에도 소수자가 있고,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며 “여력이 있으면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신부가 아디 대표이사로 추대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로힝야와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모임’에서 아디와 인연을 맺은 박 신부는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는 자리에도 계속 함께했다. 그리고 지난해 3월 대표이사로 추대됐다.
박 신부는 교회와 시민사회의 공통된 역할을 ‘인간 발전’에서 찾았다. “아시아 최초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아마티아 센 교수(미국 하버드대 철학과)는 발전을 경제개발로만 정의하기에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인간 발전’ 개념을 만들었습니다. 그 개념이 유엔의 개발계획에도 들어갔습니다. 아울러 루이 조제프 르브레 신부(1897~1966, 프랑스 도미니코회)도 가톨릭 사회적 가르침의 중요한 부분인 ‘온전한 인간 발전’을 정립했습니다. 현재 교황청 ‘온전한인간발전촉진부’의 이론적 토대입니다.”
박 신부는 “결국 그 사람 스스로 역량을 갖고 상황을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인간적인 발전의 요체”라며 “아디와 같은 시민단체와 교회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박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