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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돋보기] ‘귀 기울이기’와 ‘내맡기기’

장현민 시몬(신문취재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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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한창이다. 그 영향인지 SNS에서는 기후 위기를 경고하는 홍보물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그 가운데 소재로 가장 많이 이용되는 것은 역시 북극곰이다. 얼음 위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북극곰의 모습은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가장 극적으로 드러내는 장면 가운데 하나다.

다만 기후행동 활동가들 사이에선 이런 극지의 위기를 다룬 광고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기후 변화의 피해자가 동물뿐인 듯한 착각을 부르기 때문이다. 나의 일이 아닌 남의 일처럼 느끼게끔 하는 일종의 ‘타자화(他者化) 현상’을 우려한 지적이다.

‘타자화’를 일으키는 광고의 문제는 ‘피해자’에 대한 동정만을 이끌어낸다는 점이다. 철학자 한병철 교수는 자신의 저서 「사물의 소멸」에서 ‘귀 기울이기’가 아닌 ‘내맡기기’라는 말로 ‘동정’과 ‘공감’의 차이를 설명한 바 있다. 한 교수의 설명을 보면, ‘귀 기울이기’는 ‘타자’에게 하는 행동이다. 분명 도덕적이지만 근본적으로 남을 위한 것이니 그 행동은 피상적이다. 반대로 ‘내맡기기’는 타자라는 벽을 넘어선 상태다. 나를 대하듯 남을 위하는 것이다. 성경 속 황금률을 생각하면 된다.

지금까지 국제 사회, 더 가깝게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모습은 ‘동정’의 자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권고 「하느님을 찬미하여라」에서 비판한 “자국의 이해관계를 앞세우는 나라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이유다. 여기서 나오는 ‘나라’를 ‘개인’ 혹은 ‘공동체’로 바꾸더라도 크게 달라지진 않을 듯하다.

기후 위기는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일이다. 기후 위기를 ‘귀 기울이기’만으로 극복할 수는 없다. 이번 총회에서는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진정한 이웃과 피조물을 위하는 ‘내맡기기’의 구체적인 움직임이 시작돼야 한다. 반드시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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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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