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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꿈 CUM] 유랑 _ 이야기 구약성경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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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몬세라트 수도원 대성당 파사드의 ‘그리스도와 12사도상’

만약 대가 끊어질 위기에 처한, 아들 귀한 집의 가장이 성경을 읽는다면 약간 맘 상할 부분이 있다. 바로 야곱이 아들을 ‘줄줄이’ 낳는 장면이다.

“이번에도 아들이에요.”(창세 35,17)

아들, 아들, 아들…, 또 아들이다. 야곱은 그렇게 무려 열두 명의 아들을 낳는다. 할아버지 아브라함은 본부인에게서 둔 아들이 이사악 하나뿐이었다. 그리고 아버지 이사악은 에사오와 야곱, 쌍둥이 아들 둘만 두었을 뿐이다. 게다가 아브라함과 이사악 모두 젊었을 때는 아들을 보지 못하다가 늘그막에 자녀를 얻었다. 그래서 이사악과 에사오 그리고 야곱은 애지중지 길러졌다.

그런데 아브라함의 손자 야곱은 아들을 무려 열둘이나 낳았다. 아들 각각의 이름은 다음과 같다. 본부인 레아에게서 낳은 아들이 르우벤, 시메온, 레위, 유다, 이사카르, 즈불룬 등 여섯이고, 라헬에게서 낳은 아들이 요셉과 벤야민, 라헬의 몸종 빌하에게서 낳은 아들이 단과 납탈리, 레아의 몸종 질파에게서 낳은 아들이 가드와 아세르이다.(창세 35,22-26 참조)

이들은 각자 이스라엘 12지파의 조상이 된다. 한 민족을 12지파로 나누는 것은 기원전 2000~1600년경 당시 지중해 동부지역과 소아시아 지역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왜 굳이 ‘12’였을까.

오늘날 유전학자들은 인류 생존의 수수께끼 속에는 ‘12의 법칙’이 숨어 있다고 말한다. 인간 스스로도 모르게 몸속에 ‘12’라는 숫자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학자들은 12의 법칙 균형이 깨지면 인류는 멸망한다고 주장한다. 

유전학자들은 확률적으로 왼손잡이가 전체 인구의 12분의 1(8.3)이라고 말한다. 또 12명 중 한 명은 색맹이다. 또한 12명 중 한 명은 대머리다. 왜 그럴까. 인류는 원시시대부터 12명을 기본 단위로 사냥에 나섰다. 그런데 12명 중 대머리와 왼손잡이, 색맹이 한 명씩 포함된 그룹이 가장 사냥을 잘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오른손잡이 11명이 동물을 오른쪽으로 몰 때 한 명은 왼쪽으로 돌아갔고, 동물에게 가장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던 사람은 대머리였으며, 동물들의 보호색 위장을 판별해내기 위해 색맹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실제로 대머리와 색맹, 왼손잡이의 비율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늘날에도 전체 인구의 8.3퍼센트(1/12)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인간은 유독 12라는 숫자에 집착한다. 인류 최초의 문명, 수메르인들이 사용한 것은 12진법(十二進法, duodecimal)이었다. 손가락이 10개여서 10진법이 가장 먼저 사용되었을 것 같지만 사실은 다르다. 인류가 최초로 선택한 셈법은 12진법이었다. 우리는 이 12진법을 오늘날 시계에 적용해 사용하고 있다. 우리는 하루 24시간을 오전과 오후 12시간으로 나눈다. 1년 또한 열두 달이다. 올림포스의 주축이 되는 신도 열둘이었다. 아서왕의 전설에 나오는 원탁의 기사도 열두 명이다. 동양에서도 12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 수였다. 십이지(十二支)는 자(子) 축(丑) 인(寅) 묘(卯) 진(辰) 사(巳) 오(午) 미(未) 신(申) 유(酉) 술(戌) 해(亥)를 말한다. 오늘날에도 음악에서 한 옥타브는 12개의 반음 간격이며, 컴퓨터 키보드에도 F1에서 F12까지 12개의 기능키가 있다. 연필 한 다스도 12자루다. 

알렉산더 데만트(Alexander Demandt)는 「시간의 탄생」에서 12와 관련해서 이렇게 말한다.

“초기 바빌로니아 시기부터 태양력에 있던 12개월은 숫자 12라는 숫자가 손가락 수에 기반을 둔 10이라는 숫자와 맞먹는 지위를 가지고 있었음을 잘 보여준다. 10은 2, 5로 밖에 나눌 수 없지만 12는 2, 3, 4, 6이라는 숫자로 각각 나눌 수 있다. 12에서 파생된 가장 가까운 개념으로 하루에 12시간이라는 단위가 있으며 그 다음에는 60진법을 바탕으로 한 60분과 60초, 360도라는 원의 각도를 들 수 있다. 기하학의 영역에서 원은 여섯 개의 반지름으로 이뤄져 있으며 각 60도씩 마치 똑같이 자른 케이크처럼 여섯 개의 동등한 조각으로 나눌 수 있다. 이오니아오와 헬라스에서 개최되는 경기에 참가하는 팀은 열두개 팀이었다. 헤라클레스는 열두개의 과제를 수행해야 했으며, 전차를 모는 이들은 히포드롬 원형 경기장을 열두 바퀴씩 한 번 혹은 여러번 돌아야했다.”- 알렉산더 데만트(Alexander Demandt), 「시간의 탄생」(이덕임 옮김, 북라이프, 2018)에서

그리스도교 구원사 속에서도 12는 위력을 발휘하는데, 예수는 제자 “열둘을 뽑으셨다.”(루카 6,13) 여기서 12의 의미는 이스라엘 전체의 구원을 상징한다. 5000명을 먹이신 기적에서도 12의 상징은 의미심장하다. 남은 빵 조각과 물고기를 모으니 12광주리에 가득 찼다.(마르 6,43 참조) 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언젠가는 12옥좌에 앉아 이스라엘의 12지파를 다스리게 될 것이라고 약속하셨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사람의 아들이 영광스러운 자기 옥좌에 앉게 되는 새 세상이 오면, 나를 따른 너희도 12옥좌에 앉아 이스라엘의 12지파를 심판할 것이다.’”(마태 19,28) 요한묵시록에 나오는 새 예루살렘도 12성문, 12초석으로 이루어져 있다.(묵시 21,12-14 참조)

어쨌든 이스라엘(민족)은 이스라엘(야곱) 이후 그의 열두 아들을 머리로 하는 12부족 동맹체제로 발전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 부족은 훗날 강대국들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그리 쉽게 단결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판관 5장 참조)

게다가 이들 부족들끼리의 영토 분쟁도 끊이지 않았다. 훗날 가나안 정복 후, 소위 젖과 꿀이 흐르는 비옥한 땅은 납탈리, 이사카르, 아세르 등에게만 돌아갔을 뿐이었다. 불만이 없을 수 없었다. 이러한 반목을 아예 피하려 했던 기록도 있다. 12지파의 막내 격인 가드와 르우벤 지파는 아예 약속의 땅을 거부하겠다고 모세에게 말했고,(민수 32,1-20 참조) 시메온 지파도 이집트와 인접한 오늘날 가자지구 남쪽 땅을 분배받았다.

12지파 이야기는 여기서 멈추고, 그 조상들의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자.


글 _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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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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