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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 눈] 저출생, 한국은 소멸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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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국민학교 입학식은 축제였습니다. 어렵던 시절이었지만, 입학식 때만큼은 새 옷을 입었습니다. 가슴마다 하얀 손수건을 달고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엄마 손에 이끌려온 아이들은 사뭇 진지해보이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교실은 콩나물시루 같았고, 부족한 교실로 인해 오전 오후 반으로 나누어 수업했습니다. 같은 반 친구의 이름을 모두 기억할 때쯤이면 학년이 끝나곤 했습니다. 그래도 내일은 희망이라는 마음이 아이들과 부모들 얼굴에 드러났던 입학식이었습니다.

교육 당국이 2024년도 초등학교 취학 통지서를 발급하기 시작했습니다. 내년 초등학교 1학년이 되는 2017년생 출생 아동은 35만여 명. 사상 처음으로 40만 명이 붕괴했습니다. 2004년 입학생은 65만여 명이었는데, 20년 만에 40 넘게 줄어든 것입니다. 올해 입학생을 한 명도 받지 못한 초등학교는 145개 학교에 이릅니다. 학령인구가 ‘감소’를 넘어 ‘절벽’입니다.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저출생 영향을 받은 내년도 유치원 입학생은 20만 명대로 예상됩니다. 여기에 올해 태어난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2030년에는 20만 명도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통계청은 올 3분기 합계출산율 0.7명, 4분기는 0.6명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이었습니다. 인구감소 추세는 브레이크조차 걸리지 않고 급발진하는 모습입니다.

한국은행이 3일 내놓은 보고서에는 출산율이 이대로 간다면 2050년에 한국 경제의 실질 추세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뉴욕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셧은 한국의 인구 감소는 중세 흑사병 때보다 심각하다고 했습니다.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흑사병이 강타했던 중세 유럽은 인구가 절반으로 줄었는데 한국은 절반 넘게 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보았습니다.

“불륜, 사생아, 가정 파괴 드라마가 너무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국민의 힘 서정숙 의원은 저출생의 문제를 방송에서 찾았습니다. 가정의 밝은 면보다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방송의 영향을 받은 청년들이 결혼하지 않아 저출생 문제가 생긴다는 겁니다. 서 의원은 방송 편성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정작 필요한 변화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청년들이 결혼을 아예 하지 않거나 미루고, 결혼해도 자녀를 낳지 않는 근본적 원인은 막장 드라마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불안 때문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시작되는 과도한 경쟁, 그로 인한 높은 사교육비 지출,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양극화되어있는 일자리 구조, 영 끌 해야지만 마련할 수 있는 높은 집값 등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 총합이 저출생 문제입니다. 그러기에 한국 사회 모든 부분에서 새로운 전환이 있어야만 저출생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지원금을 더 주는 복지가 아니라 청년들이 가지는 불안을 해소해 주는 더 근본적인 방법이 필요합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저출생, 한국은 소멸하는 중>입니다. 저출생 문제의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지금 변하지 않으면 저출생이라는 예정된 미래는 국가 소멸로 갈지 모릅니다. 내일도 평화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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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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