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성당에 가서 무릎을 꿇었다
높은 창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저녁 햇살이
내 앞에 눈부시다
모든 색채가 빛의 고통이라는 사실을
나 아직 알 수 없으나
스테인드글라스가
조각조각 난 유리로 만들어진 까닭은
이제 알겠다
내가 산산조각 난 까닭도
이제 알겠다
정호승 (시인, 프란치스코)
1950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했으며 경희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석굴암을 오르는 영희」가,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첨성대」가,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위령제」가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슬픔이 기쁨에게」,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시선집으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 「수선화에게」, 어른을 위한 동화집 「항아리」, 「연인」, 산문집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등이 있다.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편운문학상, 가톨릭문학상, 상화시인상, 공초문학상, 김우종문학상, 하동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삽화 _ 조경연 (프란치스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