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내년이면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출범한 지 쉰 50돌을 맞습니다.
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이 '암흑 속의 횃불, 정의구현전국사제단 50년'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습니다.
전은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1974년, 아시아 주교회의에 참석했던 지학순 주교가 귀국 비행기에서 내린 뒤 돌연 사라졌습니다.
저항 시인이었던 김지하를 통해 '민청항년'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혐의로 중앙정보부에 연행된 겁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김수환 추기경은 박정희 대통령을 면담했고, 전국 사제들과 수도자, 신자 1천 5백 명은 지 주교를 위한 기도회를 열었습니다.
지학순 주교가 풀려난 후에도 유신체제 탄압은 계속됐고, 이에 맞서던 사제들은 단체를 결성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1974년 9월 26일, 명동성당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공식 발족을 알리는 기도회가 열렸습니다.
이후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지난 반세기 동안 불의에 저항하며, 민중과 민주주의를 외쳤습니다.
성장만을 목표로 내달리며 시대가 변화하는 동안에도 인간의 존엄성을 수호하기 위해 앞장섰습니다.
<전우용 / 역사학자>
"사제단은 투옥과 폭행, 음해 등 불의한 정권의 탄압에 위축되지 않고 거리 미사로, 단식기도회로, 오체투지 삼보일배의 고행으로 이땅에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분투해왔습니다.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산증인인 원로 사제들은 하느님의 도우심 덕분에 정의와 평화를 외칠 수 있었다고 회고했습니다.
<최기식 신부 / 원주교구 성사전담 사제>
"사제단이 결속되고 사제단이 일어나는 그 모습은요. 그 모습은 정말 하느님의 도우심, 하느님의 영이 그 안에서 활동하지 않으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사제단이 일어나서 신비스럽게 모이고 신비스럽게 기도회를 하고, 그리고 주장을 하는 그 모습은…"
시대의 양심을 일깨우고자 앞장서던 모습은 암흑 속에서 세상을 밝히는 횃불이었고, 신앙적 긍지라고도 말했습니다.
<함세웅 신부 / 서울대교구 성사전담 사제>
"하느님에 기초한, 또 공동체가 요청한 시대가 요청한, 거기에 응답하는 삶은 자생적 성직제도에 버금갈 수 있는 긍지를 가질 수 있는 내용이다. 우리가 20세기, 21세기에 한국 천주교회의 대표예요. 우리가 교회예요. 이 내용들이 사제단이 지닐 수 있는 신앙적 긍지가 아닐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내년 출범 50주년을 앞두고 미사와 심포지엄 등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CPBC 전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