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원에서는 1인 1악기 연주를 권장한다. 나는 어떤 악기를 연주할까 고민하다가 선택한 것이 기타이다. 어린시절 하모니카와 피리를 학교 수업 때 배워서 연주했지만, 썩 잘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래서 어떤 악기를 새롭게 배워볼까 고민하다 걸어 다니는 오케스트라라고 할 만한 악기가 기타라고 생각해서 선택했다. 어디를 가든 기타 하나 울러매고 다니면 여럿이 노래를 부를 수 있으니 참 좋은 악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학원을 다닐 상황은 아니어서 독학으로 배워야 했는데, 기타라는 악기가 생각처럼 만만하지 않았다. 책을 보고 아무리 연습해도 소리도 제대로 나지 않았다.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열심히 노력해 마침내 노래 한 곡을 연주할 수 있는 날이 왔다. 눈물이 글썽거릴 정도로 감격스러웠다. 그렇게 1년 만에 손이 부르트도록 노력한 결과, 성가 반주도 하는 등 공동체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었다.
다른 수사님들도 각자 악기 하나씩 선택해서 배우는데 어떤 수사님은 대금을, 어떤 수사님은 해금을, 어떤 수사님은 드럼을 배우기 시작했다. 각자의 능력에 따라 배우는 기간은 천차만별…. 어떤 수사님은 몇 달 만에, 어떤 수사님은 3년이 걸려도 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해금을 연주하는 수사님은 연습 때마다 수도원 전체에 귀신 울음소리(해금 소리가 딱 그렇게 들린다)를 내는 바람에 눈총도 많이 받았다. 아무리 숨어서 방해되지 않게 연습을 한다 해도 귀신 울음소리는 수도원 벽을 타고 흘렀다.
그러던 어느 날, 수사님이 해금으로 곡을 하나 연주할 수 있다고 해서 제목을 물어보니 성가 ‘목마른 사슴’이라고 했다. 그래서 영성체 후 묵상 곡으로 들려달라고 부탁했는데,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사슴이 목마르다 못해 거의 죽어가는 형국이었다. 어찌나 음악이 처지고 처절한지 불쌍한 사슴 생각에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를 정도였다. 그래도 미사 후엔 너무나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그 수사님은 환하게 웃으며 기뻐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열심히 다른 곡을 연습해서, 다음에 또 들려드릴게요.”
그냥 솔직히 말할 걸 그랬나?
글 _ 안성철 신부(마조리노, 꿈CUM 지도신부, 성 바오로 수도회)
1991년 성 바오로 수도회에 입회, 1999년 서울가톨릭대학교 대학원에서 선교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 사제서품 후 유학, 2004년 뉴욕대학교 홍보전문가 과정을 수료했으며 이후 성 바오로 수도회 홍보팀 팀장, 성 바오로 수도회 관구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그리스도교 신앙유산 기행」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