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대륙에서 ‘작은 양 떼’처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그리스도인의 목숨을 정치적 패권 다툼의 도구로 삼는 폭탄 테러부터 교묘한 박해까지 그 양상은 다양하다.
심지어 가톨릭 국가 필리핀에서도 지난 3일 폭탄 테러가 발생해 그리스도인 4명이 숨지고 50여 명이 다쳤다. 남부 민다나오섬에 잔존하는 이슬람 과격 무장단체 이슬람 국가(IS)가 그날 주일 미사가 봉헌되는 마라위시 민다나오주립대 체육관에서 폭탄을 터뜨렸다. 정부군이 지난 1일 이슬람 민병대 소탕 작전을 벌인 데 대한 보복 테러인데, 경찰 발표대로라면 무고한 신앙인들을 희생 제물로 삼은 비열한 공격이다.
군부, 소수 종교 노골적 공격
미얀마의 그리스도인들은 테러 위협보다 더 심각한 생존 위기에 직면했다. 2년 전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군부는 지금도 인민방위군(PDF)을 비롯한 저항 조직 소탕에 혈안이 돼 있다. 인구의 1에 불과한 그리스도인은 무차별적 폭력에 노출돼 있다.
11월 17일에는 군인 50여 명이 꺼야주 로이카우에 있는 그리스도왕대성당에 들이닥쳐 주교와 신부들, 환자들을 모두 몰아냈다. 전날에는 대성당 경내에 있는 사목센터를 폭파했다. 셀소 바 쉐 주교는 “군부가 저항 세력에 대한 방패막이로 성당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쉐 주교 일행은 현재 교구의 외딴 성당에 머물고 있다.
미얀마는 아시아의 대표적 불교 국가다. 하지만 군부는 ‘불교 지킴이’를 자처하면서도 한편에서는 사찰 경내에 있는 학교까지 헬리콥터에서 총격을 서슴지 않고 있다. 쿠데타 발생 이후 카렌ㆍ카레니ㆍ친(Chin)ㆍ카친주의 그리스도교(개신교 포함)는 주된 표적이 됐다. 올해 1월에는 군인들이 유서 깊은 만달라이대교구 성모승천대성당을 전소시켰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친주에서만 교회 66개가 파괴됐으며, 쿠데타 세력에 짓밟힌 종교 건물이 최소 130개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교회는 올해 내내 폭격을 당하고, 모독을 당하고, 공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들이 그리스도교를 탄압하는 이유는 신자들이 대부분 버마족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교가 복음 정신에 따라 민주화와 인권을 지지하는 이유도 있다. 진정한 국민은 ‘버마족 불교도’라는 게 군부의 뿌리 깊은 집착이다. 이에 소수 민족과 소수 종교인은 기껏해야 2등 시민, 최악의 경우 인간 이하 취급을 받고 있다. 이슬람교를 믿는 소수 민족인 로힝야족의 수난이 대표적 사례다.
인도는 선교 활동 제한
‘힌두의 나라’ 인도에 사는 그리스도인들 역시 점점 궁지에 몰리고 있다. 특히 3년 전 일부 주에서 개종 금지법이 시행된 후 그리스도인은 종교 활동에 극심한 제약을 받고 있다. 개종 금지법은 강요와 유혹, 결혼으로 인한 종교 변경을 금지한다. 이 법을 포괄적으로 적용하면 선교 활동과 개종 자체가 어렵다.
우타르 프라데시주 경찰은 지난 3년간 400명 가까운 그리스도인을 관련 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연행된 그리스도인은 대부분 개신교 목사와 신흥 종교 추종자들이다. 가톨릭 알하바드교구 사회사목국장 바부 신부를 포함한 50여 명은 아직도 감옥에 있다. 바부 신부는 지난 10월 주민들을 개종시키려 했다는 혐의로 신자 3명과 함께 체포됐다. 인도의 그리스도인은 14억 인구의 약 2.5다. 개종 금지법을 더 엄격하게 적용하는 우타르 프라데시주의 그리스도인은 주 인구 2억 명의 0.18밖에 되지 않는다.
비영리단체 오픈도어선교회는 지난 5월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8세 어린이가 주민이 끼얹은 뜨거운 물에 화상을 입어 입원하는 등 수많은 폭력 사건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소년의 부모는 이슬람교에서 그리스도교로 개종해 증오의 표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배제와 증오 행위는 교묘한 박해에 해당한다.
파키스탄 주교회의 의장 조셉 아르샤드 대주교는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시아 교회의 수난과 관련해 “올바른 교육과 국민의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다”며 “다른 종교를 향한 존중의 자세를 증진해야 한다”고 말했다.